설기문 칼럼

마음비우기

설기문 2011. 3. 24. 14:42

 

 

세상 살이가 내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한때 우리는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그 신념은 참으로 유용하고 가치있는 것이다.

그 신념이 있기에 어려움과 힘든 일 앞에서도 용기를 얻고 또 배짱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다.

만약 그 신념이 없다면 쉽게 낙담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그래서 "하면 된다"는 신념은 우리를 힘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 때 우리는 겸손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면 된다는 믿음이 너무 강해버리면 해서 안되는 일이 생길 때 실망하거나 좌절할 수 있고

기가 꺽여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혼란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음을 알 때 우리는 좀 더 겸허해지게 되고

마음을 비우게 된다.

여기서 마음을 비운다고 해서 무조건 포기한다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교에서는 무위사상이라는 것이 있다.

무위를 글자 뜻 풀이로만 한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도교가 염세주의나 소극적인 인생관을 쫒는 것쯤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무위라는 것은 억지로 무엇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흐르도록 허용한다는 의미, 그리고 무리하게 무엇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마음을 비운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가 되지 않을가 생각해본다.

 

누구든 인생을 사는 동안에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누구든 잘 풀리는 인생 앞에서는 교만하거나 거만하기 쉽다.

하지만 잘 풀리지 않는 인생 앞에서 용기를 잃지 않거나 좌절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면 인생이 설사 잘 풀리지 않더라도

기죽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신정아라는 한 여성의 책자 한 권으로 세상이 시끄러움을 본다.

소위 스캔들로 인해서 몇년전에 봅시도 시끄러웠는데

이번에는 지난 일을 미주알 고주알 책으로 펴냄으로써 새롭게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 같다.

 

누구나 자기의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누구나 자기의 변명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누가 어떤 주장을 하건 어떤 변명을 하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마음을 비우지 않고 하는 주장이나 변명이 참으로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마음을 비우지 않고 하는 말이 시끄러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새삼 마음비우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마음을 비우자.

그리고 겸허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