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문 칼럼

이 봄에 생각하는 트랜스에 대하여

설기문 2011. 4. 6. 07:36

이제 봄 분위기가 완연하다. 서울의 거리에서 오며가며 보는 길가의 가로수도

아직 제대로 잎이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물이 올라 특히 수양버들같은 것은 제법

푸른 빛이 도는 것을 볼 수 있다.

남쪽에는 이미 목련, 개나리, 벚꽃까지 핀 것 같으나

서울은 아직은 아니다.

이런 따뜻한 봄날이 되면 겨울에 움추렸던 몸이 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몸이 특히나 많이 움추렸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이번 봄은 유난히 반갑다.

 

 

 

 

개인적으로 나는 유난히 추위에 약하고 추위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4계절중에서 특히 겨울을 가장 덜 좋아한다.

어릴 때 추위에 너무 많이 떨었던 기억이 있고

고백하기 쑥쓰럽지만 겨울마다 손발이 동생에 걸려서

늘 울면서 잠들곤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동상에 걸린 손과 발은 얼마나 가렵던지 그것을 참기란 참 어렵다.

가렵다고 긁어면 안되기 때문에 참고 참았던 기억들...

하긴 그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과 고생들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 자신이기에 겨울이 좋을리가 없다.

 

그러나 이젠 봄이다.

봄이 주는 혜택은 식물의 소생과 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따뜻함이며 나른함이라고 생각한다.

유리창으로 비쳐들어오는 따뜻한 봄빛을 쐬고 있다보면

나른하고 졸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얼마나 그 기분이 좋은가? 눈이 저절로 감기는 그 나른함.

그것을 춘곤증이라고 했던가?

눈이 감기는 상태에서 음악을 듣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또는 라디오나 TV의 소리를 들어보라.

정말로 눈뜨기가 어려워지고 졸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상태를 트랜스 상태라고 부른다.

 

트랜스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다. 이 트랜스 상태에서 잠으로 들어가기가 쉽고

무의식에 쉽게 접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이 트랜스 상태에 잘 들어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내적인 긴장때문에 이완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면증의 사람들에게는 이완훈련을 시키게 되는 것이다.

 

 

 

트랜스란 이완상태와만 관계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무엇에 집중할 때도 경험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집중상태, 몰입상태와도 관련이 된다.

일반적으로 트랜스 상태가 되면 무엇에 빠지거나 멍~한 상태가 된다.

그 결과로 주변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주변환경으로부터 분리 또는 해리가 되어서

오감적 감각이 약화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 트랜스의 개념은 심리학 뿐만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예술, 종교, 과학, 인류학 등의

여러 분야에서도 때로는 비슷한 개념으로

또 때로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음악에서도 독특한 분위기의 트랜스음악이란 것이 있다.

그것은 신비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이기도 하다.

 

 

 

 

그리고 종교와 같은 분야에서도 독특한 신비적인 분위기가 많이 연출되는데

이때 트랜스상태가 조성된다. 교회의 예배나 부흥회, 천주교의 성령세미나

불교의 예불시간때, 때로는 찬송가나 찬불가를 부를 때, 기도할 때 등의 상황에서

우리는 쉽게 트랜스를 경험한다.

바로 이러한 때 환상을 보거나 계시를 받기도 하고 영적 체험을 하기도 하며

신이나 절대자와 만나거나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기도 하다.

그래서 종교적 트랜스 경험한 신비한 경험이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사용될 때는 주로 잠자기 직전에 경험할 수 있는

심신이 편안하고 나른한 마음의 상태처럼

이완상태와 함께 특정한 무엇에 몰입하거나 집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무의식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며 최면상태와 유사한 상태이기도 하다.

 

트랜스 상태에서는 의식의 판단이나 비판기능, 객관적인 현실인식능력 등이 멈추게 된다.

그래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주변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거나 인식하지를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 몇시간이 지났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때가  있고

관심있는 주제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 역시 그 강의에 푹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옆 사람이 부르는 소리도

못 듣을 수 있다.

길을 가다가 어떤 생각에 몰두하면 신호등도 보지 못할 때가 있고

휴대폰 통화를 하는 가운데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쳐버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나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할 때는

정말로 시간의 경과를 의식하지 못하거나 주변 상황을 별로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몸이 아플 때라도 깜짝놀랄 일이 생겨버린다면 아픈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트랜스상태를 말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트랜스 상태는 곧 바로 최면, 심리치료, 상담, 코칭에서 좋은 목적과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그래서 그 가치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트랜스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심리학이나

상담, 코칭 분야에서 제대로 접근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그리고 취급하지도 않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생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트랜스라는 것과 관련한 논문과 저서들은 아주 많다.

물론 주로 서양에서의 일이기에 국내에서는 드물긴 하다.

그래서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