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문 칼럼

천안함 침몰과 가족들의 심리적 손상

설기문 2010. 4. 7. 10:51

우리가 태어나서 나이를 먹으면서 살아가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비롯한 마음의 고통이나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한 번도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축복 받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에 속하는 자잘한 일상들 속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시험에 불합격한 경험을 하거나,
사업에의 실패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무시나 배신 등을 통해 우리는 놀람과 불안,
그리고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마음에 담게 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이 굳어지고
고착화 되어 내면에 입력되어 다양한 측면에서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입는 마음의 상처는 그 종류와 정도에 따라서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경우에 흔히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많으며 심리적 안정감을 잃게 됨으로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외출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깊은 마음의 상처를 심리학에서는 ‘트라우마‘ 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까지 발전하여

심신의 고통과 같은 후유증을 낳게 된다.
사실 트라우마란 것은 우리말로는 외상, 또는 외상성신경증(外傷性神經症)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증상을 경험하게 되면 우리는 한마디로 괴로워진다.


실제로 사고를 경험하는 경우, 그 사고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그 사고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는 트라우마의 문제가 더 심각할 때도 많다.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듯이
과거의 충격적이었던 사고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세월이 오래 지난 후에 만나게 된다 해도
우리는 과거에 경험했던 불안, 공포, 두려움을 즉각적으로 다시 경험하게 된다.
이는 내가 의식하고 그것을 떠 올리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무의식에 선명하게 각인되고 프로그래밍 되어
그와 유사한 상황이 되면 무의식적으로 부지불식간에 그러한 기억이 번개처럼 재현되는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일을 생각만 해도 그 당시의 충격과 상처가 그대로 나타나는
후유증을 경험하게 되기에 트라우마란 그만큼 무서운 것이며 쉽사리 제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벌써 약 3년 전의 일인 것 같다.
모 방송국이 주선을 하여 대구지하철 사고의 희생자들을 위해 내가 직접 심리상담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대구지하철 사고란 2003년 2월 대구에서 발생했던 지하철 사고를 말하는데
이 사고로 192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당해서 총 340명이나 되는 사상자가 발생한
엄청난 사고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 사고가 발생하던 그 날 나는 미국 LA에서 교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료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기 위하여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우연히 자동차 안의 라디오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너무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더구나 ABC 방송 기자가 대구 현지에서  소식을 전하는 것을 듣고는
대구 출신의 나는 더더욱 놀라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구로 전화를 하여
어머니와 누나에게 별 일이 없는지 가슴 졸이며 안부를 물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나는 공교롭게도 그렇게 미국에서 처음으로 소식을 접했던
대구지하철 사고의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을 방송사의 주선으로 내가 하게 되었다.
계명대학교의 어느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진행된 그날의 심리상담 과정에서
두 여성 피해자가 나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주로 NLP와 최면을 활용한 심리치료 기법으로 진행된 심리 상담을 통해
그 분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지하철을 전혀 탈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불안과 공황장애를 겪던 두 여성은
상담을 시작한 지 두 시간 정도 뒤에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이 과정은 촬영이 되어 전국으로 방영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그 내용이 케이블 방송에서 재방송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그 날 상담을 받은 피해자들은 지하철에서 엄청난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목숨이 위협 받는 극적인 고비를 넘긴 분들이었기에 사고 후에 지하철을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긴장되어 온 몸에서 긴장과 경직현상이 일어났으며
평소에도 지하철 정류장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리고 한 여성은 그 당시에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셨던 탓으로 인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계속 기침을 하거나 목이 아프고 불편하다고 호소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분은 나와의 상담을 통하여
그러한 공황장애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결국 무의식 속에 각인 되었던 트라우마가 심리치료라는 과정을 통해 해소되었으며
그 결과 그분들은 비로소 지하철을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국가적으로 아주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김연아 선수가 우리에게 선물해 준 기쁨의 감동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해의 차가운 바다에 침몰되어 생사를 알 수 없는 우리의 해군병사들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의 마음은 너무나 아프다. 그 아픔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가족의 아픔에 비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너무 많이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그분들의 생사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그 가족들이 받은 충격과 마음의 상처,
즉 트라우마가 얼마나 클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힘겨운 사투 끝에 살아난 생존자들 역시 그 순간에 경험하고
각인 된 트라우마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지난다 해도 그 당시의 지워지지 않는 악몽 때문에 얼마나 힘겨울까?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다.


오늘 뉴스에서는 침몰함정의 함미를 인양하는데 소모되는 비용에 관한 보도를 하였지만
이 시점에서 정작 더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이는 것은
희생자의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나 친척들이 앞으로 살면서 치루어야 할 마음의 상처, 즉 트라우마의 문제이다.
돈으로 결코 해결 할 수 없는 마음의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날씨가 좋지 않아 인양작업이 지연되어 갈수록
그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애태우고 마음 졸일지를 염려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나 같은 사람은 그들이 입게 될 심리적 손상과 상처가 가장 마음 쓰이게 됨은 어쩔 수가 없다.
대구 지하철 사고의 예를 보더라도 희생자들은 제대로 된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도움을 주려는 각 기관들의 뜻은 많았지만
그들은 그로 인해 더욱 상처를 받기도 했기에 선의의 도움을 거부하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는 
심리치료와 관련한 전문가들을 찾아내고,
전문가를 통한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그 분들이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된다.
정부에서는 위로금의 액수를 계산하기 이전에
먼저 그분들의 마음의 상처부터 씻어 낼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사고로 가족을 잃은 그 분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아
자신들의 삶을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