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쏘로우!
그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 세상을 벗어나 walden 호숫가에 작은 집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호숫가를 거닐며 언제나 산책하고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삶을 곱게 관조했다.
녹음이 짙은 숲속길을 홀로 고요히 걸으며 자연의 소리 속에 깃든 자신의
영혼과의 대화는 언제나 그를 충만케 했으리라.
내 가슴에 쏘로우와 법정스님은 친구처럼 늘 공존한다.
법정스님의 음성 속에서 나는 쏘로우를 만나며,
쏘로우의 글 속에서 나는 법정스님을 만난다.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늘 그런 마음의 경험을 하곤한다.
나의 일상이 한순간 자유를 그리워하게 될 때,
그런 순간은 언제나 빗소리가 후두둑 후박나무 잎사귀 위로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는
법정스님의 툇마루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어릴적 푸르던 하늘이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고 빗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쏟아지던 시골집 보드라운 흙마당 위에는 빗줄기 위로
가는 먼지가 살풋 날리면서 향수같은 흙내음을 풍기기도 했다.
법정스님의 글을 읽을 때 마다 나는 내 마음 속의 그 빗방울과
수채화같은 그 빗물소리가 내 귓전에 들려 오는 듯 하다.
행복한 기억들은 나를 잠시 침묵하게 하고 그 기억속에 오롯이 잠기게 한다.
그래서, 아지랑이 같은 추억을 놓칠세라 조심조심 소중한 기억들을
흔들리지 아니하는 정적 속에서 음미하는 것이다.
쏘로우의 글들 속에서 나는 환상 같은 내 전생의 풍경을 떠 올리기도 한다.
조용한 숲 속 오솔길을 걸으면서 그가 생각했을 법한 무수한 이야기들을
마치 나는 내 이야기처럼 친근하게 마음에 담는다.
그 숲속길에는 이름모를 들풀들과 그리고 짙은 보랏빛 바이올렛이 흐드러진
그 풍경이 눈만 감으면 전생의 기억처럼 현란히 나를 따라 다니며
그 walden 호숫가의 물안개처럼 나를 적셔오는 것이다.
가을을 목전에 두고 나는 법정스님의 글을 다시금 들여다 보며
나를 찾는 작은 여행을 즐긴다.
".................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단 죽게 되면 조금도 삶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사는 것도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음 또한 내 자신의 일이니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여라 중
다가오는 가을 내내 나는 이 작은 이야기를 생각하며
만추의 가을길을 걸어갈 것이다.
가을이 다가옴을 감지하며
나는 그렇게 나의 가을 속으로 들어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조용히, 의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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