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덥습니다.
해운대의 밤바다는 밤이 되자 달빛 아래 부서지는 포말들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달빛 아래 바다를 참 오랫만에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달빛이었는지, 가로등 빛이었는지 조차 가물가물 하지만
마음이 시원해지는 밤바다의 풍경이었습니다.
더워서 그런지 자꾸만 마음이 늘어지려 합니다.
팽팽한 긴장이 어디론가 슬며시 사라지고 자꾸만 나른해지는 마음 한구석을 발견합니다.
하루를 보내면서 무수한 생각들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밀려 다니다 보면
나의 하루도 어느새 마감을 하곤합니다.
파도는 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내 맘 속에도 있나 봅니다.
요즘 읽는 책 속에는 작용과 반작용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뒤로 잠시나마 힘을 주어야 한다는 것,
빛나는 성공 뒤에도 담담한 그림자 같은 명암이 있다는 것,
밀어내는 힘이 제대로 있어야 나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하루 하루 겪는 일상의 아픔이나 고통까지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뒷걸음질 이라는 것이지요.
그 말은 참 위로가 되는 좋은 말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골짜기를 누구나 한 번 쯤은 경험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길고 긴 터널을 혼자서 묵묵히 걸어나온 뒤 만났던 환한 햇살과 축복같은 푸르름을
우리는 누구나 한 번 쯤 경험해 봤으리라 생각합니다.
고통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축복이었던 무수한 일들은
현실 속의 지금 이순간 나의 아픔이나 고통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부산에서 오랜 인연들을 만났습니다.
한때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들을 오래 잊고 있다가 다시금 만난 자리가 있었습니다.
잘 지내리라 생각했던 사람들,
행복한 날들을 꿈 같이 보내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7.8년의 세월 동안,
그 세월동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픔을 겪은 사람들도 많았고,
내 몸뚱이보다 더 작은 틀로 나를 옭아매던 내 온 몸의 허물을 벗느라 신음과 고통을 토해내며
살아 온 사람도 있음을 보았습니다.
세월은 쉬지 않고 우리들을 어디론가 데려가며,
세월은 잠시도 여유를 두지 않고 우리들을 담금질 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것이 아프기는 하지만 축복이며,
그것이 피하고 싶은 순간도 많겠지만 내 몫임을 절감합니다.
한동안 잊었던 인연들과의 다시 만난 그 만남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내가 감동과 축복과 감격 속에 빠져 있을 수 있음은
내가 보이지 않는 긴 어둠과 고단함 속에서 잘 견뎌 왔기 때문이리라 생각되어집니다.
그래서,
살아가는 한순간 한순간이 귀하지 않은 순간이 없고,
축복이 아닌 일이 없는 듯 합니다.
석가는 우리에게 삶은 번뇌라고 했습니다만
번뇌속에서만 해탈이 있고
길고 깊은 번뇌를 지나고 나면 찬란한 니르바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더디지만 소처럼 묵묵히
소걸음으로 내게 다가오는 모든 것을 기꺼이 껴 안으며
내 소중한 일상을 엮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많이 느끼고 배우고 왔습니다. 인연을 통하여.....
곧 가을이 올 것입니다.
여름을 지나온 가을이기에 그 가을이 더욱 빛나 보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날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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