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문 칼럼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

설기문 2008. 7. 14. 00:42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

친구여 모습은 어딜 갔나 그리운 친구여~ ”

 

내가 종하하는 이 가사는 조용필이 부른 노래 “친구여”의 가사다.

 

최근에 나는 이 노래의 가사처럼 30~40년 만에 정말로 오랜 옛날 친구들을 이틀에 걸쳐서 만났다.

 

초등학교때, 중학교때 철없던 시절에 어울려 놀던 남자와 여자 친구들...

 

그냥 어린 시절에, 모두 다 어렵게 살면서도 부모님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철없이 놀던 시절에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을 만났다.

 

10년, 20년, 그리고 30년의 시간이 지나 우리의 자녀가 우리가 어울리던 그때 보다

훨씬 많은 나이로 자라버린 이 날에서야 우리는 정말 꿈과 같이 만났다.

 

많은 세월이 자나가는 동안에, 우리는 우리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망각하고 앞으로 달려가며

살기에 바빴다. 성공을 향해, 출세를 향해,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에 얼굴엔 주름살도, 머리엔 흰머리도 늘어가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친구가 말해줄 때, 나는 때로는 부인도 하고 내가 정말 그렇게 했냐는

반응을 보이지만, 친구 역시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어릴 때의 모습을 내가 말해줄 때

그 역시도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 그래, 그래, 그것이 사람이야.

 

누구든 자기의 일이나 모습을 잘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어. 하지만 친구가 더 잘 기억하고 가슴에 품고 있을 때가 있지..

그래, 그것이 친구야... 친구는 나의 거울이면서 나의 앨범일 수가 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를 앨범을 통해서 회상하고 기억을 떠올릴 수 있듯이

친구를 통해 나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고 나의 과거의 빈 공간을 메꿀 수가 있지 않는가?

 

초, 중등학교 시절에 한 마을에서 지내던 친구들을 만나던 일도 즐겁고 가슴 뭉클한 경험이었지만

동시에 다른 날의 모임에서는 특히 중학교 3학년때 한 반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졸업한지 근 35년만에 함께 만나는 기분은 정말로 묘했다. 가끔 TV에서 젊은 연예인들이 "친구야!" 하면서

만나는 장면을 보긴 했어도 우리 나이에 어릴 적 친구를 만나는 기분은 또 다를 것이다.

 

이제 세월이 또 얼마나 지나서 오늘을 되돌아봤을 때 오늘이라는 과거의 일을 떠 올리면서 추억에 젖을 날도 오겠지.

그런 일을 몇 번 더 경험하다 보면 이 세상 사람으로서의 삶을 마칠 날도 올 것이고...

이렇게 저렇게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하지만 변치 않는 것은 친구라는 이름의 그 푸근함...

그것이 우리의 인생을 더욱 힘나게 하고 행복하게 하며 또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새삼. 좋은 친구를 둔다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아보고 내가 더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음에 대한 미안함도

깨우쳐보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 그것이 나의 작은 행복의

요소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삶은 의미있고 보람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