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나이를 불문하고 찾아오는 것 같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들 중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유치원에 다닐 나이 정도의 어린 아이는 물론, 팔순이 넘은 어르신들까지 그 층이 대단히 다양하다.
결혼을 앞두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가씨가 있는가 하면
부모가 자주 다투거나 부모의 폭력을 경험하는 환경에서 자라난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도 우울증에 빠져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경험하는 내담자들의 경우도 매우 다양하다.
아래 소개하는 사례 역시 우울증의 한 이야기가 된다.
삼십대 초반의 여성 내담자는 남편이 사회적으로 대단히 성공한 경우이다.
그녀의 남편은 집안이 경제적으로 대단히 어렵고 힘든 처지였지만 열심히 공부를 했고
그의 능력과 사람 됨됨이가 매우 마음에 든 내담자의 부모는 그를 사위로 삼고 싶어 했다.
우연히 의과대학 학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그녀의 부모님이 먼저 발견한 것이다.
그녀는 부모님이 좋아하는 그를 그녀 역시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여
오랜 기간 데이트를 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남편이 의대를 졸업한 후에 친정의 부모님들은 사위가 미국으로 유학가서
좀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오도록 권했으며 그녀 역시 남편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결국은 친정에서 사위의 유학경비를 모두 책임지고 그를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게 하였으며,
그녀 역시 미국으로 가서 남편이 공부하는 동안 두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었다.
대학을 다닐 때 그림을 전공한 그녀는 지금도 가끔씩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지만 아이들과
하루 종일 힘겹게 싸우다 보면 하루가 다 가버리곤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결혼을 하고 남편의 안정된 유학생활을 뒷바라지 할 때
그녀의 친구들은 자신의 삶을 위하여 대학원 진학을 하고 사회적인 지위를 더욱 더 크게 굳혀가고 있었다.
그 결과 나이를 먹고 요즘 와서 보면 그녀는 평범한 주부로서
하루의 일상을 그냥 그렇게 아이들을 양육하고 남편 뒷바라지 하는 일에 온 종일 지치도록 살고 있는 반면에
친구들은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그림을 통한 전시회도 하면서 멋지게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남편 역시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며,
비록 지방에 있긴 하지만 병원은 꽤나 유명하고 환자도 많아서 하루 종일 병원에 매여 꼼짝을 못할 지경이며
주말이면 흔히 서울로 올라와 각종 세미나들에 참석하느라 오붓한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고 한다.
남편의 늦은 퇴근과 밤늦게까지 지속되는 남편의 연구 모습을 보며
그녀는 날이 갈수록 외롭고 고독한 생각이 많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끝이 없는 아이들 뒷치닥거리가 그녀를 순간 순간 지치게 하기도 하였고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 놓을 친구도 없어서 그녀의 고독감과 외로움은 점점 더 깊어갔나 보다.
딸의 속을 모르는 친정 부모님도 오직 사위편이 되어 늘 그녀에게 좀 더 좋은 아내가 되어서
내조를 잘 해주기를 기대했으며 주위 사람들도
그녀에게 세상의 모든 복은 다 지닌 사람으로 부러워한다고......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녀는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고 그렇게 편안하고 다정하던 남편마저
점점 자신의 마음 속에서 멀어져 가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아내보다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병원 일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몰입하는 것만 같았다.
또한 남편은 사회적으로 점점 더 성공해가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끝없이 추락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이 우울해져 갔다고 했다.
남편은 그녀를 위해 가끔은 근사한 데이트를 신청하기도 하지만 바깥에 나가서 바람을 쐬는 순간에도
집안에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져서 남편의 제안이 별로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편이 그냥 의무감에서 그녀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그것마져 고맙지가 않게 느껴진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자기 자신이 어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때 찾아오기도 하고
점점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빠질 수도 있다.
그녀가 눈치 챌 수 없도록 맞추기와 이끌기(pacing and leading)를 계속하면서
상담자는 그녀에게 가족의 안락한 생활이 얼마나 소중하고 축복된 일인가를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메타모형이나 밀턴모델을 활용하여 상담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울한 마음은 그녀 내면에서 뭔가 의미있고 새로운 일을 찾아내게 함으로써
스스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었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관심 만큼 그녀 자신이 스스로를 위해
현재의 상황에서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지를 짚어보게 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상담자는 오랫동안 붓을 놓은 그녀의 미술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제거하고?
그녀의 의식과 무의식을 온전히 통합하여 그녀가 현재 누리고 있는 아이들과 남편과의 행복한 생활을
그림을 통해 표현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의를 했다.
이런 경우에 내담자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무의식에 숨어있는 심리적 기저들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무의식 속에서 어떤 부분들이 저항을 하고 있는지,
혹은 그녀의 심층 속에서 상담자에게 털어놓지 않은
별개의 그 무엇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계측해야 하는 것이다.
일반론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에 대한 제의는 자칫 내담자에게 충고나 설교를 하는 것과 같은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것이기에 NLP적인 입장에서 내담자의 잠재의식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처리해주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상담자는 남편이 책을 읽는 깊은 밤에 그녀 또한 남편 곁에서 그림을 그림으로써 시간을 같이 보내 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으로, 어린 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려보게 하고,
더 어린 아들의 마음으로 보이는 아빠와 엄마에 대한 마음을 그녀가 대신 그림으로 나타내어
나중에 그 아이들이 다 성장했을 때 함께 현재의 엄마 마음을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상담을 통해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며 고마워했다.
그녀는 늘 관심을 받고,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일,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는 일에만 익숙해져 있어서 자신이 의미있는 타인에게 어떻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남편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나누어야겠다는 말을 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으며
죄없는 아이들은 괜히 엄마의 기분에 의해 혼나기도 하고 눈치를 보게 하기도 했음을 이제야 알겠다고 하면서 고마워했다.
그녀는 상담실을 나서면서 인사동을 들러서 엄마가 거듭나는 표시로 아이들 옷에 물을 들여주고 싶다며
염색용 염료도 사고 새로운 작업을 위해 오랫동안 놓았던 붓을 사고 물감을 사겠다며 돌아갔다.
보름 정도 후에 그녀는 전화를 해 왔다.
상담 선생님께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새롭게 태어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기분이라고...
아이들의 메리야스 속옷에다 곱게 염색을 하고 그림을 그려 주었다고.....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하고 흥분하면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덕분에 밤마다 심야에 남편과 차를 마시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남편은 그 시간에 자신의 책을 보고)
아이들을 생각하며 반딧불 그림을 그린다는 그녀는 행복한 사람으로 잘 살아간다며
정말 감사하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상담을 한다는 것이 때로는 힘겹고 고단하지만 한 사람이 마음의 방향을 새롭게 바꾸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작은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지를 다시 한 번 절감한다.
그녀가 영원히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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