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폭언속의 부자와 최면심리상담

아들만 둘이라는 아버님께서 상담을 원하셨다.
큰아들은 어릴 적부터 너무나 명석하여 학교를 다니던 시절 일등을 놓친적이 없었다고 하신다.
고등학교때 까지 너무나 모범적이고 착실하던 아들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라 꼽히는 대학에
무난히 합격을 하고 그리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학과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착한 아들이었다고.....
현재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열심히 일하는 사회인이 되어있는데....

아버지의 근심의 골은 너무나 깊었다.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시는 아버님에 의하면, 큰아들은 대학교 2학년이 되기 시작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정치이념에 빠져들어 온갖 책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아버지의 바램과는다른 방향으로 엇나가기 시작했다고.....
아들은 신문이나 티비 뉴스를 보면서 정치적 좌파성향(아버님 말씀)을 논하기 시작하면서
부자간의 마찰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부자는 서로의 논리를 굽히지 않았고 언성이 높아지기까지 했으며
머리가 커갈수록 아버님께 반항하는 듯한 눈빛과 자세로 아버님께 대한 예의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화가 났을때의 아들의 표정은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아들의 눈빛이 아니었으며,
한밤중에도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동생을 향해 폭언을 서슴치 않는데
화가 나고 분노에 찬 아버지께서는 다 큰 아들이었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고....
그럴수록 아들은 격렬하게 대들면서 어느 날 문득 아버지께 폭행까지 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가족들은 심리적으로 공황상태에 이르게 되어 대화가 사라지고 말없는 가정이 되어갔다.

 

언제나 아들편이기만 하던 아내는 시간이 흐를수록 남편을 원망하기 시작했으며
아들이 잘못되어가는 모든 것이 남편 탓이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한지붕 아래 오래 같이 지내다가는 아무래도 아들이 제대로 생활을 못할 것이라는 말을 아내는 자주 했다.
어쩌다 자기 자신만 빼고 나머지 식구가 한편이 되어 그를 힘들게 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들은 감정이 격해질때 마다 어릴적부터 대학에 갈때까지 아버지가 그를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게 했으며
공부만 강요하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음은 물론, 마음이 여린 엄마(아내)에게도
매정하고 무심하며 때로 폭력과 폭언을 일삼은 아버지가 너무나 싫었다는 고백까지 하기 이르렀다고...
반목질시하고라도 한집에 지내던 가족들은 아들이 좋은 직장을 얻고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 생기가
융자를 얻어 부인과 함께 집을 나가버렸다고.....

다행이 큰아들만큼 능력은 없지만 착한 둘째 아들이 아버지를 위로하며 함께 지내고 있는데
생각할수록 자신의 처지가 기가 막히고 이 일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상담실을 찾아오게 되었다고 설명을 하셨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을 사랑하지 않으랴만 사랑을 하는 것도 각자의 방법이 있고 종류가 있는 듯하다.
상담실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인 허기가 오래 지속된 이유로 인해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수용의 폭이 좁은 경우가 많다. 사랑을 하는 것도 자녀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고 극진히 사랑하는 그  방법이 자녀가 원치 않는 방향의 사랑일때
그들은 서로가 힘들어 하는 것이다. 자녀의 특성이나 성격을 살펴보고 수위를 잘 조절해가며 사랑을 나누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을 자주 깨닫는다.

 

아버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심리검사(PAI)를 통해 성격적 특성을 파악해 보았다.
심리검사 결과로 드러난 아버님의 성향은 대단히 지배적이었으며, 약간의 경계선 장애증상도 보였으며,
공격적 성향도 높았다. 그리고 아버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크게 높아서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를 하는 경향도 보였다.
그래서, 나머지 가족들 역시 자신의 뜻대로 이끌고 가려는 성향이 높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가 어렵다.
그 아버님 역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살아왔음을 확인시켜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기준이 내게 있지 않으며
모든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알려 드리는 것이 상담에 도움이 된다.
심리검사결과에 근거하여 조목조목 차분히 설명을 드렸다.
아버님의 심정을 이해하고 헤아리는 입장에서 긴 설명을 드리자 그분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갑자기 죄책감이 몰려온다며 그분은 눈물을 흘리셨다.

최면을 유도하고 최면치료적 기법들을 활용하여 본 상담에 이르자
그분은 자신의 유년시절부터의 과거로 퇴행을 했으며
우여곡절 삶의 편린들을 하나하나 떠 올리며 자신의 심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과 아내, 자신과 아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영향을 주게 되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스스로 하시도록 유도했으며 그러한 정서들을 재편집하고 새로운 틀을 짜게 하였다.

상담 시간은 거의 5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상담을 마치면서 그분은 "모든 게 내탓이다, 내 아들을 그렇게 만든것도 나 자신이고 이렇게 힘든 고통도
내가 불러온 것이다" ....

집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정리하고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어떻게 사죄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그리고 또 다시 힘든 마음이 되면 상담실을 찾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제 벌써 세월이 일년이 넘게 지나갔다.
지나간 상담 신청서를 정리하다 문득 만나게 된 그 상담사례가 떠 오른다.
그분은 다시 상담실을 찾지 않으셨는데 안부가 궁금하다.
잘 지내시리라.... 잘 화해하셨으리라 ...... 그렇게 믿고 그렇게 지내시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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