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알콜이나 도박, 혹은 담배를 떠 올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중독이 어쩌면 사람 중독일 수도 있음을 자주 본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불리는 증세들도 어찌보면 중독의 한 증세일 수 있다.
얼마 전 상담을 마친 어느 주부는 온갖 정성을 다해 남편을 내조하고
자녀들에게 헌신적인 엄마로서 살아가지만
남편이나 자녀들은 그런 그녀의 헌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호소해 왔다.
그녀는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늘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한데
그녀의 남편은 늘 바깥일에 매여 그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주지 못했다.
남편은 보통의 직장인 남편들과 같이 평범하게 직장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곤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남편에 대해서 함께 많은 시간을 하지 못하는 점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여 집으로 올 때 까지 수도 없이 남편의 회사로
전화를 하게 되는데....식사는 했는지, 차는 한 잔 마셨는지,
그리고 혹시나 아내를 생각하고 있는지,
혹은 저녁엔 바로 퇴근하는지가 너무나 궁금해서 자꾸만 전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를 남편은 몹시 나무라며 때로는 전화를 고의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그녀는 그럴때 마다 삶의 의욕이 없어지고
자신이 어느누구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으며
외롭고 고통스럽다고 울먹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녀들에 대한 관심 또한 남편의 정도와 비슷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 올 시간이 지나도 귀가하지 않으면 그녀의 불안은 극에 달하며
아이들에게 시시콜콜 자꾸만 모든 것을 간섭하게 되기에
자녀들은 엄마를 자꾸만 피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곁에 없으면 불안하고 힘들며,
주말에 혹시라도 남편이 다른 일정이 생기면
일주일 내내 화가 나고 불안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을 듣다보니 가족에 대한 그녀의 집념이 대단해 보였다.
그녀는 언제나, 늘 누군가를 곁에 두어야 하고
항상 누군가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수가 없다고....
그런 그녀의 말을 들으며 그녀의 성장 배경을 알아내게 되자 자연스럽게 의문이 풀렸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부모로 부터 떨어져 조부모의 손에 길러지게 되었는데,
조부모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항상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
부모님은 그녀의 동생들과 함께 지냈지만 조부모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그녀는
늘 한편으로 엄마가 그리웠다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그녀는 부모에게로 돌아와 함께 생활했지만
그 때는 늘 할머니가 그리웠다고....
억지로 떼어놓은 부모 자식간의 이별은 어린 딸 아이에게 극심한 불안을 심어줬으며
그 불안은 항상 주변 사람에게 그녀가 집착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도되었다.
그녀는 학교 시절에도 혹시나 친구들이 그녀를 떠날까 불안하여
온갖 학용품이나, 혹은 친구들의 비위를 어떻게든 맞춰가며
그들과 함께 하려 애썼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녀는 자신이 늘 누군가에게 집착했던 근원을
스스로 알아차리고는 통곡을 하며 울었다.
그리고, 늘 많이 외로웠다고 토로했다.
자연스럽게 젖을 떼는 이유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심리적으로 역시 부모와의 이유시기는 자연스레 유도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린 아이 마음에 큰 상처로 남은 부모와의 이별은
그 자체가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상처는 늘 크기 마련인가 보다.
어릴땐 부모의 사랑이 절대적인가 보다 .....
심리치료 이론중의 하나인 교류분석(TA) 이론은 이런 경험을 통해 보면
참 맞는 논리가 된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이 자아가 받은 상처를 이런 식으로 스스로 보상하며 살아온 것이다.
NLP적 심리상담이 적합할 것 같아서 다양한 기법의 상담을 시도하며
그녀 자신 안의 긍정적인 자원들을 찾아내고
지난 날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앵커링 시키면서 상담을 끝냈다.
상담을 마친 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늘 내가 많은 사랑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 남편과 내 자식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제 알고 보니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사랑은 서로 편안하게 다가가야 하는 것인데
나는 늘 양 손에 뭔가를 꽉 잡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환자같은 상태였군요...... 어쩜 자신을 이렇게도 잘 몰랐을까요?
이젠, 편안한 상태에서 상대편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그런 사랑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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