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자살, 그리고 상담....

설기문 2007. 10. 6. 19:34

 

 


 

아침 일찍 사전 예약도 없이 눈이 퉁퉁 부은 젊은 아가씨가 찾아왔다.

상담예약이 되어 있지 않음에 난색을 표했는데 그녀는 살려달라고

그냥 애원했다.

어젯밤에 두 통의 유서를 썼고 그것을 들고 한강에 가서 한참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결국은 상담이라도 한 번 받아보자 하고 찾아

왔다고 했다. 말을 하는 중간 중간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의 눈빛은

그야말로 응급상황 그 자체였다.

우선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안정을 시키고 급하게 상담 스케쥴을

조정하느라 한바탕 회오리 바람이 부는 듯 했다.

그녀의 손에 아직도 들려 있는 유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극도의 날카로운 상태의 내담자를 상담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은 금방이라도 모든 것에 대해 공격이라도 할 듯 긴장감과

섬뜩한 무서움이 느껴질 정도로 날이 서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충 이러했다.


어려서부터 부모의 무관심과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력에 대해 저항 할 수

없이 당하기만 하고 살아온 어머니는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자식들에게

해소하면서 생활해 오셨다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감정적으로 극한 상황에

달하면 늘 자녀들을 희생양으로 폭언과 폭행을 그치지 않고 휘둘렀다고 했다.

가정 안에서도 있는대로 주눅이 든 그녀는 학교 생활 역시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 그녀는 심각한 왕따를 당하며

학교생활을 했다고 했다. 마음의 상처는 날이 갈수록 깊어갔고

중학교 때부터 이상한 것들이 자꾸만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로인해 느낀 공포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자 그녀를 교회로 데려가

목사님으로부터 퇴마를 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증세가 완화되지 않고 점점 더 심해지기에 가족들은

그녀를 정신과 병동에 보내어 단기간이지만 입원을 한 경험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등등의 사연으로 인해 그녀는 성인이 되었지만 의지할 곳도 없으며

제대로 잘 해낼만한 일도 없음은 물론,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맞서서

싸우는 일에 지쳐 있었기에앞으로의 삶을 살아 낼  길이 막막하다는 생각에

죽음을 떠 올렸다고 했다.


이상의 사연을 말하면서 그녀는 참으로 많이도 울었다.

함께 듣고 있는 상담자의 마음 역시 처연해지기가 그지 없었다.

빙의 상태가 의심이 되어 빙의를 체크해보자 역시 빙의가 감지 되었다.

그녀를 이완 시키고 최면 상태로 유도하자 역시 빙의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녀 안에 존재하는 빙의령은 자신의 원한을

그녀를 통해 갚아 나가겠다고 했다. 왜 그녀 안에 존재하는지를 물어보자

빙의령은 내담자의 엄마가 낙태시킨 존재이며 그녀의 언니가 된다고 했다.

엄마가 낙태를 하셨는데 왜 동생에게 와 있느냐고 물어보자

엄마가 살기 힘들다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갔으니 자기 역시 누군가를

살기 힘들게 하여 죽이고 싶다고 했으며 그 대상을 동생으로 삼았다고 했다.

동생을 죽임으로써 엄마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엄마 보다는 동생이 심리적 면역력이 훨씬 낮고 자기존중감이 너무나 낮으니

조종하기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은 엄마와 동생 사이를 오가면서

둘 다에게 복수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내담자의 어머니 역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빙의령은 동생의 마음을 자극해서 한강에 뛰어들도록 유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망설이고 생각한 끝에 이곳 상담센터를 찾아 온 동생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다.

낙태령은 망가져가는 엄마와 동생을 보며 자신의 억울함을 달래고 있으며

그 복수가 완벽하게 끝나기 전에는 결코 자신의 한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그 빙의령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상황에 대해 인정해주고 위로해 주는 과정은

참으로 힘들었다. 그녀의 억울함을 달래주고 이해해 주어도

그 존재는 몇 생을 되풀이하더라도 두고 두고 복수를 따라다니며 하겠다고

소리쳤다. 힘겨운 씨름을 참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한 끝에 협상점을 찾아내었다.

조건부의 협상점을 찾아놓고 또 다른 그 무엇이 짐작되는 바가 있어서

전생퇴행을 시도했는데 그녀의 전생 역시 파란만장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자세한 내용을 일일이 기록하는 부분에 한계가 있어서

자세한 정황을 설명하지 못해 아쉽긴하나 결론적으로

그녀는 전생에서 역시 현재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인과응보적인 부분을 많이 발견했다.


빙의령과의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여 그녀의 상처받고 아픈 마음을 헤아려 주고

달래줌으로써 그녀는 서슬 시퍼렇던 마음을 조금씩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풀었다.

그리고 내담자 역시 언니되는 빙의령에게 사죄하고

그녀의 영원한 안식처를 찾아 떠날 것을 애원했다.

사람이든 빙의령이든 속성은 한결같은 것 같다.

그렇게 차돌같이 차겁던 빙의령은 마지막엔 스스로를 한풀이를 덧없이 여기며

스스로 떠나겠다고 하며 그녀가 돌아갈 곳을 향해 떠나갔다.

전생퇴행을 통해 본 그녀의 전생여행은 현재의 부모님을 이해하는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원망스럽기만 하던 부모님에 대해 애틋한 연정이 생긴다고 했다.


본 상담은 2차에 걸치 실시 되었으며 상담을 마친 그녀는 몇 번이고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음에 대해 감사 한다고 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활기차고 성공적인 삶을 위해 NLP를 수강하게 될 것 같다.

열심히 잘 배워서 행복한 날들을 살아갈 그녀를 생각하면

카운슬러인 나는 지금도 가슴이 뛴다.

사람은 참으로 아름다운 존재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 보게 된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내듯 우리는 마음 안의 실타래를

하나 하나 정리하다 보면 삶은 어느 새 행복한 무지개빛 세상이 되는 듯 하다.

 

상담을 하면서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