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부부 상담 이야기

설기문 2007. 10. 6. 11:20
 

20대의 딸과 중년의 부부가 가족 상담을 원하셔서 내방하였다.

처음엔 딸의 문제로 부모가 함께 오셨나 했더니 반대로 부모님의 문제로 딸이 상담을 신청하고 두 분을 모시고 온 것이었다.


부부는 생활은 어려웠지만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왔다.

남편은 오후에 출근해서 밤새 작업하고 새벽에 돌아오는  부두의 하역일을 하고, 

부인은 봉제일을 하면서 열심히 자녀들을 키우며 별 불만이나 특별한 갈등 없이 살아왔는데

몇 년 전부터 부인이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의부증 증세가 생겨나서 그 일로 다투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상담을 시작하자마자 부인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에 대해 상담자에게 설명하기 시작했고, 남편은 몹시 억울한 표정으로 얼굴이 붉어져서 흥분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자신의 주장을 먼저 하려는 상황을 수습하고 먼저 부인의 말을 경청하고 난 후 남편의 입장을 듣기로 했다. 의심의 발단은  부인이 봉제관련 일을 외부에서 하다가 그 일을 집에서 다른 여성 1명과 함께 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함께 일을 하게 된 모여성은 일을 하다가 집에서 자고 가기도 하였고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그 여성의 일거수 일투족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고 부인은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부인이 보기에 그 모여성이 남편과 다정하게 말을 주고 받는 것 같기도 했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 부를 때 다정하게 팔짱 끼고 함께 노래 하는 것까지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새벽에 귀가하는 남편이 퇴근 후 곧장 집에 오지 않고 술을 마시고 늦게 오전에 오는 경우가 생기면서 그 이유가 그 모여성과 아침에 짧게 만나고 오는 것이라고 의심하게 되었고, 그 여성이 자신과 통화하려면 핸드폰으로 하면 될 것을 집전화로 해서 남편이 받을 것을 노리고 남편과 통화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상황을 들어본 결과 의심의 마음만 있을 뿐 확실한 증거 없는 심증 뿐이어서 딸과 대화를 따로 나눈 결과 아버지는 너무 성실히 살아오셨으면 그런 일은 없고 어머니의 의심이 몇 년전부터 생긴 것이라 했다.


그 부인의 심적 상황으로는 친동생이 남편의 외도로 인해서 이혼을 했고, 주변의 사람들이 배우자 이외의 사람들과 혼외관계를 맺는 상황을 많이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자신도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일어나게 된 한 요인이 되었고, 애착의 대상인 남편이 일로 피곤하고 힘들어지면서부터 자신에게 소홀해져서 남편에 대한 의심이 깊어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의미있는 중요한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고, 접촉을 유지하고 싶은 기본적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어린 시절만이 아니라 전 생애를 통해 지속되는데 성인기는 일방적 애착이 아닌 상호작용적이라는 점이 어린 시절과는 다르다. 소외와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모든 인간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어서 애착 대상이 반응과 접촉을 보이지 않으면 분노, 매달림, 우울, 절망감등의 감정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부인은 남편의 반응이 무심해진다고 여기자 불안을 느끼며 한편으로 회피하는 양가적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부부 갈등 관계에서 나타나는 강한 비판, 비난, 감정적 요구는 애착손상과 두려움을 처리하려는 시도이자 신호이다. 가장 필요한 사람으로부터 애정 상실, 거부나 버림받음으로 입은 상처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부인에게 최면치료를 시도했으나 트랜스 상태에 전혀 들어가지 못했고, 심지어는 시각화조차 어려워서 NLP방식의 인지치료를 시도하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객관적인지, 타당한지를 메타 모형을 사용하여 계속 물었으며, 자신의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할때가지 유도하였다. 그런 시도를 계속하자 그 부인은 자신의 생각과 상상의 경계를 구분해내기 시작했으며 그런 상상이 자신의 잘못된 생각임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정적으로 불안감이 그런 생각을 유도하게 했음까지 인식했다.

그런 감정적 정리가 이루어지자 부인은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딸과 남편 분께는 내담자가 그런 증상을 갖게 된  이유가 사랑과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해서임을 알려드렸다. 자신을 알아달라는 신호이며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는 구조신호임을 이해시키고 각별한 마음을 써 주도록 당부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정을 확인하며 살아가는 본능을 가졌으며 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정신적 풍요로움과 안정감을 느끼게 하며 그 충분한 사랑에 대한 포만감이 정서적인 넉넉함과 타인에 대한 배려까지 연결되게 하는 귀한 정서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귀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