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가 엄마탓이라고?

설기문 2011. 3. 15. 11:32

 

 

 

과잉보호, 즉 과보호가 진실한 사랑이라 착각하는 부모가 많다.
그들은 과보호를 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과잉보호를 해야만 마음이 놓이고 뭔가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도 많다.
물론 그러한 부모 당사자는 그러한 과보호에 대해서
자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결코 과보호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해서 과보호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문제는 더 심각해지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왠만한 부부라면 아이를 하나, 아니면 둘 정도 밖에 낳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추세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져서
이제는 아예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우는 집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과잉보호의 문제는 많은 문제를 낳는다.
특히 자립심이나 독립심이 부족하고 문제해결력이 떨어진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자아강도가 약하여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잘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과잉보호의 문제는 아이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
즉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물론이지만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대학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는 나이에 있는 성인의 경우에서도 과보호를 받고 자란 사람들은
무기력이나 소심한 성격을 보이고 세상에 대해 불안해 하거나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이 정말 흔하다. 

3월을 맞아 신학년 신학기가 됨으로써
특히 청소년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의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담실을 찾는 대부분의 학생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일반적으로 의욕이 없음을 쉽게 발견한다.
공부에 대해 흥미를 갖지 않음은 물론이며, 노는 일, 혹은 먹는 일, 인간관계까지도 의욕을 보이지 않고
마치 남의 삶을 구경하듯 자신의 삶에 대한 흥미를 잃고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은 그냥 뭐든 엄마가 다 해 준다고 믿는다.
엄마가 정해 준 학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엄마가 주는 음식을 먹고 엄마가 입으라고 한 옷을 입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고 살면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는 경우도 흔하다. 

 

이에 관한 사례를 보자.
남매가 모두 자신의 마음에 몹시 들지 않는다며 심리상담을 의뢰한 엄마가 있었다. 고
등학생인 아들은 음악을 좋아해서 그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있는데
제대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오히려 악기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포기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 역시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과외지도 선생님이 오는 시간만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며
그 외의 시간은 늘 냉장고 문을 여닫으며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어서 애가 탄다고 한다. 

두 녀석 모두가 초등학교때 까지는 공부도 잘 했던 딸이
이젠 아예 공부를 안 하려고 해서 속이 많이 상하다고 엄마가 한숨을 쉰다.


이들에게 심리검사를 해 보니 두 학생 모두가 우울한 기분이 많으며 무기력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그들을 붙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아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꿈이 없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으며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전혀 생각이 없고 그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도 할 줄을 모른다. 

어른이 되면 어떻게 살아갈 생각이냐고 묻자 둘 다 '엄마가 알아서 해 줄 것'이라는 말만 한다.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그들의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아버지는 늘 분주한 사회생활로 인한 바깥생활이 많으시고
엄마는 온 힘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피며 하루의 일정을 아이들에게 맞추어 살아가는 열혈엄마이다.
엄마는 남편이 빠진 자리를 혼자서 다 메꾸면서 지낸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지만 자신도 이젠 점점 더 지쳐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수저를 놓아주지 않으면 밥도 제대로 먹지 않을 정도이니
엄마로서는 모든 일을 혼자서 다 도맡아 하려니 온 몸이 지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모두가 자기 탓이라고 하면서 한숨을 쉰다.


그저 아이들이 이뻐서 사랑하는 마음에 이것 저것 해달라는 대로 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공부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에 공부를 잘 못하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야단을 치면서 과외를 붙여주곤 했었는데...
그래서 초등학교때는 잘 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니 점점 성적이 떨어지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옛 속담에 “올라기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이 있다.
좋은 뜻으로는 자기분수를 알고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분수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나쁜 뜻으로는 능력이 미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아예 꿈도 꾸지 말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결국 이러한 속담은 사람들에게 자포자기나 무력감을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나 믿음 하나가
아예 어떤 행동을 하지 않거나 어떠한 시도나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 

모든 것을 부모가 다 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주지 않을 때
자녀들은 자발성이나 자립심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과제 앞에서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감을 느끼면서 아예 노력이나 시도 자체를 하지 않고 놓아버린다.
그래서 무기력한 상태가 되거나 우울한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심리적 무기력 상태는 쉽게 극복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
그러나 최면이나 NLP와 같은 방법으로 심층심리를 다루거나
트랜스상태에서 마음의 상처나 좌절감의 근원을 찾게 되면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무력한 사람도 스스로 흥미를 느끼거나 동기가 생기는 것이나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것을 잘 찾아내어 살린다면 의외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물론 좌절감이나 무력감이 심한 사람의 경우에는 쉽게 자기의 마음을 열거나 상담에 임하지 않고,
설사 억지로 상담 장면에 오더라도 상담에 능동적인 협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심층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상담진행에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럴수록 상담자와 친밀관계와 신뢰관계 즉 라포를 형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상담을 잘 하면, 최면을 잘 하면 기적적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과잉기대를 한다.
하지만 그런 과잉기대는 오히려 상담에 방해가 될 뿐이다.
과보호가 낳은 자녀문제는
자녀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털어놓는 일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이제 어린 자녀를 기르는 부모들은 자녀에 대해서 어떻게 대하고
어떤 식으로 자녀교육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자녀교육 전문가가 필요하고 상담전문가의 중요성이 있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앞의 두 자녀는 처음에는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였기에 상담진행이 어려웠으나
상담자의 인내력과 라포형성을 위한 노력 덕분에 조금씩 마음 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몇 개월의 상담을 통하여 서서히 마음이 바뀌었고
공부와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의욕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공부계획을 세우며 학습코칭을 잘 받으면서 상담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엄마도 만족하였음은 물론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지나친 자식사랑법에 대해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상담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과보호는 사랑의 표시인 것 같이 보이지만
결국은 자녀의 진정한 성장을 방해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