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등교거부와 시험불안이 주는 무기력과 좌절감

설기문 2011. 11. 12. 11:35



토요일 아침,

학교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떠 올리며 상담실에 들어 섰는데

토끼 같은 눈빛을 한 어린 학생이 겁에 질린 듯이 나를 쳐다 봅니다.

'안녕'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해도 입에 잘 떨어지지 않는지 그냥 멍하니 바라보며

고개만 조금 숙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상담신청서를 읽어보니

심리적, 신체적 불편감이 광범하게 보여집니다.

잦은 두통, 손 떨림, 가슴 떨림, 이마에 식은 땀, 가끔 눈 앞이 캄캄해 진다는 말,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리고 때로는 숨이 제대로 잘 안 쉬어진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습니다.

글씨를 보니 참고로 자세히 적은 글자는 어머니가 대신 써 주신 것 같이 보입니다.


몇 마디를 물어도 대답을 잘 못하고 있습니다.

눈을 감기고 심호흡을 하는 동안 조금씩 이완에 빠져 들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보통 대인공포나 시선공포가 있는 사람들은 눈을 감고 지내는 시간까지도 두려워하지만

이 학생은 부모님이 곁에 계신 탓인지 잘 따라했습니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학생,

눈물을 보이는 틈을 타서 조금씩 조금씩 심층심리의 세계로 비집고 들어가게 되고

다행이 잘 따라와 줍니다.

언니가 너무 공부를 잘 해서 늘 주눅이 들었다고 합니다.

공부 잘 하는 언니를 보며 학교의 선생님들은 모두 언니는 잘 하는데.... 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엄마나 아빠도 수시로 비교를 하면서 그녀를 채찍질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는 국어책을 일어나서 읽는 동안 실수를 세번이나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선생님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본 첫 시험에서의 성적은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별로 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부터 시험불안이 본격화 되고 시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땀이 나며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 드디어 스스로가 멍청한 바보라는 낙인을 찍었다고 합니다.


격려받고 존중 받았던 일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아빠는 막내딸을 이뻐해 주셨지만 왠지 그것마져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자신만 없어지면 이 집안에 행복이 가득 넘칠 것 같은 망상이 자꾸 찾아 온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바닥이 나 있었으며

뭘 해도 안 된다는 무기력감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는 세시간 동안의 집중 상담을 통해 많은 눈물과 함께 억압된 부정적 정서들을 쏟아내었습니다.

제대로 의사 표현도 못하던 학생이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모습처럼 변해서 

그 동안 억눌렀던 정서를 터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첫 상담을 종료하고 2차 상담 일정을 잡으면서 가벼운 포옹으로 헤어졌습니다.

많은 아픔을 가진 그녀의 작은 가슴에 오늘부터는 조금씩 조금씩 더 큰 평화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면치료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NLP심리치료에 대한 관심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의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소한의 심리적 메카니즘,

최소한의 마음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상담자의 몫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일주일 후에 다시 만날 그녀는 틀림없이 오늘보다 더 가볍고 환한 표정으로 돌아 올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