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우울증, 우울한 사람들을 위한 경청과 공감

설기문 2011. 3. 4. 18:09

 

 

 

지난 겨울과 같이 찬 날씨가 계속되는 지나는 동안,

움츠리는 생활이 지속되다 보면 기분이 우울해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우기가 긴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잘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커피로 유명한 미국 서부의 대도시인 시애틀도 겨울의 긴 우기로 유명하여

그로 인해 우울증 환자나 자살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시애틀은 커피로 유명한데,

스트벅스는 물론이지만 시애틀커피라는 브랜드도 시애틀에서 시작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애틀은 세계 최대의 커피박람회인 "시애틀 커피 페스트"가 열리기도 한다. 비와 커피는 그 만큼 잘 어울리나 보다.

 

추위와 비는 아무래도 인간의 활동성을 저하시키는 공통성을 가지는 것 같다.

누구나 춥거나 비가 오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러 있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장기간 활동이 제지되고 움직임이 없게 될 때 마음이 울적해지게 되기가 쉽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감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성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감정이 상해버리면

그 일을 못하거나 하기 싫어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

 

개인의 습관이나 행동의 문제도 그러하지만 마음의 문제도 결국은 감정 때문에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과음이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담배와 술을 잘 끊지 못하는 것은 역시 이성보다는 감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우울도 감정의 문제이다.

그러니까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이성적으로는 잘 판단하고 논리성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의 마음 상태나 행동에서는 그러한 이성과 논리성이 발휘되지 않고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그러한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함으로써 자아존중감이 저하되거나 자신감을 상실하게 된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평소에 우울한 기분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차적으로 정신과 병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는 약을 처방받기 마련이다.

그리고 장시간 약물치료를 통하여 호전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일부의 사람들은 약을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되지 않아 심리상담소를 찾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

 

우리 상담실에서도 그와 같은 연유로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밝히면서 찾아오는 내담자를 많이 만나게 된다.

심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 대해서 다 그러하듯이 우울증의 경우에도 심층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간에게는 표현의 욕구가 있다. 그것은 진실 된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말한다.

그런데 우울증의 사람들은 주변에 자기의 마음을 털어놓고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면서 우울한 기분에 의한 마음의 병이 더 깊어져 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의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경청과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청과 공감이 쉽지는 않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을 일방적으로 들으면서 시키는 대로 하는 문화에서 성장하고 배워왔다.

그런 문화에서는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때로는 욕 먹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양 사람들에 비해서 자기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어 보이거나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표현의 욕구나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상담이나 심리치료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그의 입장에서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경청과 공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몇 시간동안 지속되는 전체 상담 시간을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채울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훌륭한 상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상담시에는 적극적 경청을 하라는 말을 하게 된다.

 

어느 부모님이 젊은이와 함께 상담실을 찾아왔다. 너무나 안타까운 모습과 표정으로 부모님은 아들에 대하여 불평을 쏟아내었다.

중요한 국가고시에서 1차에는 합격했지만 마지막 관문인 2차 시험을 앞두고 우울증에 걸렸는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오직 잠을 자거나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 있고 심지어는 곧 다가오는 2차 시험에는 응시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거의 밥이 다 되어 가는 상황에서 불을 조금만 더 지피면 되는데 아예 불을 꺼버린 형국이라는 것이다.

 

아들이 1차 시험에 합격한 일만 해도 수 차례 라는 것이다.

그러나 번번이 2차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바람에 또 다시 1차 시험을 치는 일을 몇 차례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1차 시험은 어렵지만 2차 시험은 비록 떨어지는 사람이 있긴 해도 훨씬 덜 어렵거나 쉬운데,

아들은 아예 시험에 응시를 하지 않으니 부모의 입장에서는 미치겠다는 것이다.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지만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알고 봤더니 부모님이 싫다는 이유로 부모님 앞에서는 말하기를 꺼려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을 나가시게 한 후에 다시 대화를 시도하였다.

그랬더니 젊은이는 지금까지 부모님 등쌀에 떠밀리다시피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더 이상은 그렇게 살기 싫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모님 밑에서는 무력감을 느끼며 자신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고 하였다.

어차피 자기 뜻대로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고 어떤 일도 의미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비록 1차 시험에는 여러 차례 합격을 했지만 굳이 2차 시험을 침으로서 부모의 뜻에 무조건 따라가기는 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 젊은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그냥 이렇게 살겠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삶에 대한 미련도 없다는 것이다.

그냥 잠 오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그래도 할 일이 없으니까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소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는 말은 외롭다는 것이었다. 비록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정신과에 다니곤 했지만

그냥 우울증이란 말만 해주었지 아무도 자기 속 마음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않았고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도 자기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하였다.

 

비록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장시간에 걸쳐서 단 둘이 앉은 상태에서 조금씩 털어 내놓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외로움을 알아주었다. 그리고 부모님도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의 뜻대로만 살기를 강요했다고 하면서 자신의 인생은 없다고 한숨과 눈물을 지었다.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답답함과 부모님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을 공감해주었다.

 

심리상담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올 때 그의 얼굴은 조금씩 편안한 빛을 보였다.

그러면서 조금씩 말의 속도도 빨라져가고 있었다. 그러한 그의 얼굴빛과 말씨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울의 사람들, 그들의 마음에는 좌절감과 외로움이 있다.

하지만 주변의 누구도 그러한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좌절감과 외로움은 더욱 깊어지고 우울증도 심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일까?

요즘처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우리의 화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