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어느날 갑자기 날아든 폭탄으로 인한 그 폭음과 연기를 보며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집이 무너지고 살림살이가 부서지는 현장에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까?
그리고 또한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까?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물리적 시간이 짧다해도
심리적으로 느끼는 받아들이는 시간은 다르게 적용된다.
지금 그들은 보금자리를 떠나 어느 시민이 무료로 제공해주는 찜질방에서 합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 사고,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에서 누구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신체적인 위협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이겠지만
심리적으로도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그러한 일을 가족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경험하고 있다면
그들에 대한 걱정의 마음도 함께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불가항력적으로 사고를 당했다면 뒷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졸지에 폭격을 당했던 연평도민을 생각해볼 때
그들이 이미 한 순간에 경험했던 사고와 함께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그들이 사고가 끝난 후에도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바로 공포감과 무력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비슷하게 보도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폭격 당시 현장에서 경험했을 그 공포감이
그대로 심리적인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경험했던 갑작스런 폭음과 붕괴되는 집과 건물들을 보면서,
곧 바로 느꼈을 죽음의 공포...
가슴이 뛰고 온 몸이 떨리면서
본능적으로 사력을 다해 도망쳤을 그 순간에 온 몸으로 느꼈을 불안과 두려움...
그것은 한 마디로 공포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마음을 지배하게 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그 사건과 그 영향이 그것으로 끝나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다.
이 후가 어쩌면 더 문제일 수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언제 생길지 몰라 하면서 경험하는
두려움과 막연한 공포감은 항상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터전에서
예전처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은 깨어져 버리게 된다.
언제 또 그러한 공포의 경험을 하게 될지,
어쩌면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또 벌어지게 되면 과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이런 것들은 결국 무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심한 공포와 무력감 끝에는 각종의 심신 장애가 수반될 수 있다.
환청을 비롯한 환각경험을 할 수도 있다.
갇힌 공간에 대한 두려움,
대인불안과 같은 심리적 문제와 함께 두통, 위장 및 심장장애,
수면장애와 같은 각종의 신체적 증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유나 때도 없이 갑자기 호흡곤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서 온 몸의 힘이 빠지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즉 공황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PTSD의 장애는 지난 봄에 서해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살아남은 병사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있어왔다.
그 외에도 각종의 대형참사 뒤에는 반드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전쟁증후군이 바로 PTSD라는 것이다.
이 용어는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군인들이 심한 공포증과 함께 많은 심신의 부작용을 겪었는데,
그것을 ‘shell shock`(포탄작열에 의한 충격)라고 부른데서 시작되었다.
이것은 또한 ’전쟁노이로제‘란 말로도 불렸다.
그러나 오늘날 PTSD는 충격적 사건을 겪고 난 후,
사건이 끝났음에도 계속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심리적 장애를 부르는
정신의학적 또는 심리학적 증상명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2003년 대구에서 발생한 대형 지하철 참사를 기억할 것이다.
이 사고에서 근 200명의 사람들이 귀한 생명을 잃었고
150명 정도의 사람들이 부상을 당한 피해자가 되었다.
그 피해자들은 아직까지도 각종 심신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몇 년전 바로 그 지하철 참사를 경험한 피해자들을 최면을 통한 심리치료를 한 경험이 있다.
아직도 그러하겠지만 피해자 중에는 지금도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공황장애 또는 PTSD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서 두 명의 젊은 여성이 나로부터 최면을 통한 심리치료를 받았다.
이때 모 방송국에서 그 최면상담장면을 녹화하여 방송 프로그램으로 방영한 적이 있다.
내가 만났던 두 사람은 당시로서는 5년전의 지하철 사고 당시의 악몽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심한 연기 속에서 호흡곤란을 겪었던 문제 때문에
5년이 지난 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흡의 장애를 겪었고,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잡거나 치는 경우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였다.
왜냐하면 필사의 탈출을 하려는 순간에 불에 타서 죽어가는 사람이
자기의 옷을 뒤에서 잡아당기면서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순간,
너무도 공포스런 경험을 하면서 하마터면 자신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낭패를 당할 뻔 했던 공포감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강한 공포감과 두려움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여성은 공통적으로 지하철을 전혀 탈 수가 없었다.
지하철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해 옴을 느끼는 것은 의지로 제어가 되지 않았다.
이름 하여 지하철공포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없는 돈에 자가용을 구입하여
그것으로 출퇴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가 그들 두 사람만의 문제는 물론 아니었다.
다행히 나의 최면치료가 잘 적중하여
두 사람 모두는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 정도의 최면상담을 받은 후에 별 무리없이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근 5년만에 처음으로 타보는 지하철이라고 하면서 신기해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물론 그 장면은 TV로 방영되었다.
사실 그들도 지난 세월동안 여러 가지 형태의 치료를 다 받고 약도 먹었지만
그렇게 지하철을 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그들은 불과 두 시간 정도의 최면을 통한 심리치료를 받은 후에
곧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고 하였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그분들을 돕기 위한 시도를 했으나
봉사를 하고 싶은 선의적인 제의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의 벽을 크게 느꼈다.
이제 관심을 연평도주민으로 돌려볼 때,
그들도 유사한 심리적 고통을 갖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그들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하기 위한
노력과 지원이 국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아직은 그러한 모습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들이 심리적으로 입은 손상을 심층심리 차원에서 다루고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재난과 고통이기에 연평도의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회복을 위해서 우리 모두는 마음으로라도 지원을 하고 격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어서 빨리 회복되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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