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 어린이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며 흠도 티도 없이 외부의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연의 상태이다.
그리고 그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 아름답고 추함과 같은 가치와 선악을 판단하는 대신에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반응하는 유기체로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과 반응, 행동은 부모를 비롯하여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부터 용납될 수 있었다.
즉 어린이의 반응과 행동은 그 어떤 것이라도 부모의 눈에는 보기가 좋다.
그러나 어린이가 성장할수록 그러한 인정과 수용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조금씩 성인의 가치기준에 따라 평가되고 판단된다.
어린이는 어른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에 자신의 진정한 느낌이나 욕구에 민감하거나
그것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성인의 가치기준에 자신을 맞추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사회화’나 ‘교육’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면서 어린이 원래의 본래적인 모습은 사라져가며
그 자리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어른들과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 부모의 가치관과 의식, 생활태도 등이 들어가게 된다.
그럼으로써 어린이는 그러한 부모로부터 학습하고 ‘주입된’ 생각과 감정, 태도, 행동방식을
마치 원래의 자기 것인양 받아들이게 되며 자기의 생각, 느낌, 행동을 그러한 외적인 가치기준으로 따라 평가하면서
그 기준에 맞추고자 하며 그것에 합당하지 않는 자기의 모습은 없어져야 할 것으로 여기게 된다.
어린이는 성장하는 동안 아직은 연약한 상태에 있고 애정과 인정의 욕구가 늘 작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성인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는다. 예를 들어, 약간의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그것이 성인의 엄격한 가치기준에 합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불안, 수치심, 열등감, 죄책감, 무능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감정들은 그대로 대뇌에 입력되고 저장되어 후에 성공, 성취, 우수성 등을 통해 성인으로부터
충분히 인정받기 까지는 제대로 복원됨 없이 성인시기 때까지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성인이 되어서도 유사한 상황이나 장면에 봉착하면 어릴 때 가졌던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나 반응을 다시 보이게 되는 것이다.
한편 어린이는 여전히 무력한 존재로서 부모를 비롯한 성인들의 관심과 보호, 애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과 사랑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
그것은 외로움, 두려움, 무력감 등의 부정적인 정서의 상처로 남아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된다.
그러므로 성인이 되어서도 느끼는 대부분의 부정적인 감정들
- 예를 들어, 무능감, 열등감, 우울, 불안, 두려움, 부끄러움, 외로움 등 - 은
이처럼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제대로 보호받고 인정받고 사랑받지 못하고
야단맞거나 비난을 들음으로써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심리치료 이론 중에는 TA (Transactional Analysis: 의사거래 분석) 이론이 있는데
이 이론의 핵심되는 개념 중의 하나가 바로 세 가지 자아상태이다.
즉 어버이 자아 (Parent Ego), 어른 자아 (Adult Ego), 어린이 자아 (Child Ego)가 그것인데
앞에서 설명한 어린이의 상태가 바로 어린이 자아이다.
그런데 그 어린이 자아는 단순히 어린이 시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성인시기에도 작용한다.
성인에게도 어린이와 같은 속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인의 어린이 모습, 그것은 ‘내부 어린이 자아 (inner child)’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내부 어린이 자아는 무의식 상태에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인식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만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부 어린이 자아의 모습은 일상적인 반응이나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러한 외적인 표출을 통해 한 개인의 내부 어린이 자아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현재의 시점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리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상처 나고 병든 내부 어린이 상태로 살아가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내부 어린이 자아 상태를 사랑하고 치유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진정으로 자신을 치유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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