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면으로 TV에 출연하게 된 것은 이미 12년 전의 부터의 일이었다. 당시에 KBS와 MBC에서
내가 하는 최면을 소개하고 나도 출연을 하였으나 당시에 나는 부산이라는 지방의 동아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내가 부각되기 어려운 여건에 있었다.
그러나 몇 년전부터 나는 직장을 서울로 옮겼고, 그래서 서울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언론매체에
노출되는 빈도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3년전, KBS의 ‘마음’ 스페셜에서
내가 오이알레르기 문제로 고통받는 아가씨를 치료하여 오이를 맛있게 먹게 만드는 장면이 방송되었고
2년전에는 MBC의 ‘무한도전 최면’에 출연하였다. 그 외에 다양하게 TV에 출연하였으나 이번 스타킹만큼
큰 반응을 일으킨 것은 ‘무한도전 최면’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보여줬던
독특하고 ‘쇼킹’한 최면법, 즉 순간최면법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순간최면법이란?
그렇다면 순간최면법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순간적으로 최면을 거는 것이며 순간적으로
최면에 걸리는 것이다.
내가 10여년전 KBS에서
2년전 MBC-TV의 '무한도전'에서 선보였고 이번에 다시 스타킹에서 연출해보였던
최면이 바로 순간최면법이다.
일반적으로 최면이라고 하면 일정한 순서에 따라 천천히 최면유도를 하는 가운데
최면을 걸거나 최면에 걸리는 모습을 상상하기 쉬운데
순간최면이란 그런 유도의 과정없이 갑자기, 순간적으로 최면을 거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순간최면의 위력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최면의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최면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최면유도의 방법과 치료의 방법들은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면에 있어서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상대방을 최면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최면유도라고 하겠다.
최면유도는 결국 상대방으로 하여금 최면에 걸리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최면유도가 되어야 목적달성을 위한 치료나 변화 작업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면유도 기법 중에는 짧은 순간에 최면에 들어가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순간최면(instant hypnosis) 또는 급속최면(rapid hypnosis)이라고 부른다.
이름이 어떠하든 이러한 최면의 방법은 피최면자를 아주 짧은 시간에 최면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신비롭고 재미있다. 일반적으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최면
또는 임상최면에서는 다소의 시간이 걸리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최면을 유도하지만 재미와 흥미,
그리고 흥행을 목적으로 하여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무대최면 또는 쇼최면에서는 이와 같은 순간최면의 방법이 많이 활용된다.
순간최면법의 원리
순간최면은 최면의 일종인 에릭슨최면에서 즐겨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순간최면을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상대방에게 ‘충격’을 주거나 관심의 초점을 전혀 다른 곳으로
돌린 상태에서 전혀 엉뚱한 자극을 주는 일종의 혼란 상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의 원리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 있는 상대방에게 순간적으로 충격을 줌으로써 최면상태로
들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의 원리는 관심의 분산을 통해서 최면을 유도한다는 것이라고 하겠다.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는 이와 같은 순간최면의 원리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별 생각없이 길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폭발사고가 났다면 어쩌면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선 채로 꼼짝하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또는 벌벌 떨면서 멍하니 서있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는 순간최면에 걸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너무 갑작스럽게 불행한 사고 소식을 접하거나 황당한 경험을 할 때도 그러하겠지만 행복하거나 기쁠 때,
그리고 너무 황홀한 경험을 할 때
우리는 그 자리에서 마치 얼어붙은 것 처럼 온 얼굴에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서있게 된다.
이때도 순간최면에 걸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밥을 먹으면서 숟가락질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놀랄 만한 소식을 접하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한다면
숟가락에 밥을 떠서 입에 넣으려고 하는 모습을 그대로 띤 째 “뭐라고?”하면서 놀란 표정으로
멍하게 있을 수 있다.
이 또한 순간최면의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은 상태에서는 순간적인 치료도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순간최면치료가 이루어지는 원시적인 한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딸꾹질을 할 때 어떤 사람이 갑작스럽게 뒤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등을 치면 깜짝 놀라서
딸꾹질을 멈추게 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순간최면치료의 원형에 해당할 것이다.
주사를 맞을 때, 간호사는 먼저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탁~하고 세게 때린다.
그리고 아픔을 느낄 겨를을 주지 않은 채 곧 바로 주사바늘을 엉덩이에 찌른다.
주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사를 잘 못 맞는 아이도 그런 식으로 주사를 맞게 되고 주사 통증도
별로 느끼지 않게 된다.
어릴 때 치아를 가는 시기에 흔들리는 치아를 뽑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때 뽑을 치아에 실을 매어서 누군가가 이마를 탁 치면서 실을 잡아 당김으로써 순식간에 치아를
뽑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치아 뽑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통증을 느낄 여유없이
이마를 치는 순간적인 놀람이나 아픔 때문에 쉽게 치아를 뽑을 수 있게 되는데
순간최면치료의 또 다른 한 예가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사실들을 생각해본다면 최면이란 것이 결코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별 세계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고
아울러 우리 생활 속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최면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남을 깨닫게 된다.
최면은 우리 생활 가까이, 생활 속에 늘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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