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심리학 분야에서 최면은 아직 과학에 바탕을 둔 정통 심리학의 학문 분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최면을 사이비심리학(pseudopsychology)이라는 차원에서 보기 때문에
심리학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최상진, 1997).
최면은 또한 심령술, 점성술, 관상, 초능력 등과 함께 다루어짐으로써(리더스 다이제스트 편집부, 1994; 최상진, 1997)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미신적인 것이라는 선입견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상진(1997)의 지적처럼 ‘과학적’ 방법만이 인간을 잘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과학적 방법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학문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관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최면도 훌륭한 심리학의 연구 분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면이 과학적 검증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면도 엄격한 과학적 연구대상이 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들이 최면 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통제된 실험을 실시하여
타당한 결과를 보고한 사례들이 국내는 물론 미국의 의학계와 심리학계에서 많이 보고되어 왔다.
다시 말해서 과학적으로 최면현상을 설명하고 또 실험적인 차원에서 최면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많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심리학 분야에서의 그러한 과학적인 최면 연구를 실시한 심리학자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의 특히 두 명은 유명한 학습심리학자이기도 하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미국심리학회(APA)의 회장을 각각 역임하였다.
현대 최면학에 있어서 과학적 실험연구를 수행한 실질적인 시작은 바로 실험심리학자이면서
학습심리학자였던 Clark Hull로부터 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18년에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1916년~1929년에 그곳에서 교수생활을 하였는데, 이때 최면을 깊이 연구하였다.
이 당시에 그로부터 최면을 배웠던 학생 중의 한 명이 이 책의 주인공인 에릭슨이다.
에릭슨은 당시에 심리학과 학생으로서 Hull 교수로부터 최면을 배웠다.
Hull은 행동주의학습이론에서 유명한 추동감소이론(drive reduction theory)의 창시자이기도 한데,
심리학자로서 누구보다도 최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함으로써
10년간 총32편의 논문과 대표적인 최면관련 전문서인 ‘최면과 피암시성’(Hypnosis and Suggestibility, Hull, 1933)을
저술하였다. 그는 이 시기에 최면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하여 엄격하게 통제된 최면실험을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최면과학의 정립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그의 실험정신은 최면 분야에서 표준화되고
객관적인 실험절차에 의한 최면실험 전통의 기초를 다졌다(설기문, 2000; Schultz, 1981).
앞서 소개한 Hull(1933)의 저서는 엄격함 실험에 바탕을 둔 과학적인 최면 연구노력을 촉진함으로써
최초의 현대적 최면 교과서로 인정받게 되었다. 결국 Hull의 노력에 힘입어 엄격한 실험실적 통제가 가해진
현대의 최면연구시대가 열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Baker, 1990).
사실 Hull은 당대 최고의 최면심리학자였지만 후에 실험심리와 학습심리를 주로 연구함으로써
심리학계에 널리 알려졌으며 그 결과로 1936년에 APA의 회장을 역임하였다.
한편 심리학 분야에서 과학적인 최면연구를 많이 한 또 다른 전문가로는 1949년에 미국 심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학습심리학자로 명성을 떨쳤으며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과를 창설했던 Hilgard를 들 수 있다.
그는 같은 스탠포드대학교의 정신의학 교수 겸 의사였던 부인 부인 Josephine Hilgard와 함께
1950년대부터 최면에 관심을 가졌다. 구체적으로 그는 1957년에 최면연구를 위한 실험실을 만들어
이때부터 20여년간 최면연구 프로그램과 실험실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면서
‘최면감수성’(Hypnotic Susceptibility)(Hilgard, 1950)을 비롯하여
다수의 최면관련 책들과 수백편의 논문을 출판하기도 하였다(설기문, 2000; Baker, 1990).
Hilgard는 유명한 ‘학습이론’(Theories of Learning)(Bower &Hilgard, 1980),
심리학개론 (Introduction to Psychology)(Hilgard &Atkinson, 1975)과 같은 책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비록 위에서 소개했던 Hull과 Hilgard가 심리학자로서 최면학 연구로도 유명했지만
일반적으로 심리학 문헌에서는 그러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최면연구나 최면학자로서의 그들의 면모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미국 심리학 분야에서 과학적 최면 연구의 노력은
1960년에 미국심리학회(APA)에 최면관련 분과를 둠으로써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문 심리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최면이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로써 주로 의학 분야에서 비롯되고 정신과 의사들에 의해 주도된 최면의 임상적 적용과 연구는
오늘날 심리학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현재 APA에는 제30분과(Division 30)로서 심리최면학회(Society of Psychological Hypnosis)를 두고 있다.
이 학회는 과학적 최면과 응용 최면에 관심있는 심리학자와 최면 전문가들을 위한 것으로
정기적으로 최면 교육 및 워크숍을 실시하며 새롭고 혁신적인 임상 기법 및 연구 방법을 개발함으로써
최면의 심리적 과정에 관한 지식을 증진하며 인류 복지의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연간 3회에 걸쳐서 학회의 학술지인 "Psychological Hypnosis: A Bulletin of Division 30"을 발간하고 있다.
Hilgard는 1969년에 이 학회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http://www.apa.org/divisions/div30).
이상을 통해 볼 때 미국 심리학계에서의 활발한 최면연구 상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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