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가로서의 에릭슨
에릭슨 이전에는 최면치료란 것이 하나의 독립된 학문으로 또는 일차적인 치료적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최면은 심리치료의 독립된 학문 분야로 발전하는 중요한 씨앗이 뿌려지게 되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Freud, 게슈탈트치료의 창시자 Perls, 행동주의 심리학자 Wolpe,
TA의 창시자인 Bern과 같은 사람들은 모두가 초기에 최면과 인연을 맺었고
최면가로서의 경력을 가진 학자들이다(Zeig, 1985).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이론적 체계를 구축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결국에는 최면을 버렸다.
하지만 에릭슨의 경우는 끝까지 최면에 남아있었고 최면을 지켰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앞에서 소개했던 학자들은 기존 최면의 한계를 느끼고 그 벽을 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릭슨은 최면에 대한 믿음을 가졌으며, 최면이 내담자를 변화시키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기존 최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그러한 그의 노력의 결실로 에릭슨 최면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최면에 대한 특별한 이론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전통적인 최면으로부터 급진적으로 벗어난 기법을 개발하였다고 할 수 있다.
즉 과거의 전통적인 최면이 권위적이며 지시적인 최면사가 수동적인 내담자에게 암시를 주는 것이었다면
에릭슨은 내담자의 내적 자원을 깨워내서 활용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다(Zeig, 1985).
이러한 그의 방법은 곧 자연적 접근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에릭슨은 최면으로부터 기법을 빌려서 최면 유도의 형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 기법을 심리치료 장면에 성공적으로 적용하였다.
그 결과로 에릭슨은 전체 치료 사례에서 5분의 1 즉 20% 정도에서만 형식적 최면 기법을 사용하였고
나머지 사례에서는 최면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기법을 사용하였다(Beahrs, 1971).
그러나 그가 ‘최면’을 하지 않는 동안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최면적 기법을 사용하였다(Zeig, 1985).
Haley(1973)가 ‘비범한 치료’란 제목의 책을 출판한 이래로 에릭슨은 심리치료에 대한
단기 전략적 접근(brief strategic approach)의 아버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놀라울 만한 창의성과 재능으로 많은 새로운 사례와 기법을 단기 전략적 치료 문헌에 추가하였다.
Haley(1980)는 내담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내담자가 여전히 문제 속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치료 자체가 해결은 아니라고 하였다.
오히려 해결은 내담자를 치료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며 가능하면 빨리 자기의 독립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한 에릭슨의 전략적 치료는 상식적인 접근이다.
다시 말해서 에릭슨은 특별한 어떤 기법으로 내담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게는 내담자 가까이에 있는 자원이나 수단을 활용하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그를 문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그는 상식적인 것을 바탕으로 비범한 효과를 내는 치료를 하기 때문에
Haley(1973)가 말하는 그의 ‘비범한 치료’는 결코 비범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대신에 그는 비범한 상식(uncommon common sense)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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