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조기유학이 남긴 절망감과 학습장애

설기문 2009. 4. 17. 11:11

 

 

 

조기 유학이 성행하고 난 뒤부터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심리치료가 필요한 어린 학생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부활절을 맞이하는 시점이나, 혹은 가을 추수 감사절기가 돌아오면

어린 유학생들의 심리상담접수가 많아지고

그러한 상담을 분석해보면 문제가 발생하는 요인이 거의 유사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커 진다.

 

며칠 전의 상담사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상담은 이미 두어달 전에 잡힌 상담이었다.

기러기 가족으로 미국유학을 뒷바라지 하는 엄마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딸의

상담을 예약해 둔 것이었다.

그 여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였으며,

미국의 중산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유학 중이었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성적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

책상에 진득하게 앉아있질 못하고, 불안정한 자세로 좌불안석하다 보니

성적 역시 자꾸만 낮아지고 또한 갈수록 불안증이 커져서 학교에서

발표를 해야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해야하는 공동 프로젝트가 생기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성적도 너무나 우수하고,

성격도 밝았으며 리더십도 강해서 반장을 도맡아 하던 딸이었다고 한다.

 

심층상담을 통해 본 그녀의 문제의 시작은 스트레스였다.

늘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자신에게 격려를 해 주는 부모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그녀의 생각보다 영어능력 향상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마다 미국에 오게 된 것이 후회가 되었으며

드러내놓고 자신의 마음을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학교에서 잦은 시험을 볼 때마다 그녀는 숨이 막히는 것만 같았으며,

가위 눌리는 밤을 혼자서 힘겹게 보낸 적도 많았다고 한다.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물론, 부모님께 세심한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방법론적인 안내는 드렸지만

그녀 자신의 마음의 굳은 살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크고 작은 아픔과 상처를 경험한다.

그러나, 마음의 굳은 살이 있는 사람들은 상처에 대해 덜 예민하다.

마음의 굳은 살이 없는 사람들, 너무 예민하거나 여린 사람들의 아픔은 고통스러워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물지 않고 계속적인 아픔만 되풀이된다면

나중에 그 문제는 점점 더 큰 문제로 번져가는 것이다.

 

그녀의 공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며,

누구나가 극복해야 하는 과정이며, 그 과정 속에서 성장이 이루어지며,

면역력이 생기는 것임을 자세히 안내하자 의외로 그녀는 깊이 잘 알아듣는다.

우리는 상담과정에서 그녀의 꿈, 목표에 대한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그리고 지나간 일들에 대한 아픔과 후회, 혹은 상처들은 NLP적인 기법을 통해

말끔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하고 그것에 대한 색깔들을

긍정적이며 선명한 이미지로 채색했다.

그녀는 자신만의 아픔이 아니라, 그 길을 가고 있는, 그 길을 택한 모든 사람들이

이미 겪어왔으며, 겪어갈 것이라는 부분에서 많은 위로를 받는 듯 했다.

그리고, 지나간 일들이 이미 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안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내담자와 상담자로서 깊은 마음들을 나누면서

함께 미래를 설계했다.

그리고, 그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다양한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다.

스트레스로 인식되려 하는 순간들엔 앵커링을 활용하는 방법과

EFT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일러주었다.

 

상담을 마치고나서 그녀는 말했다.

“남들은 다 잘 지나가는 일인데, 나만 이렇게 힘겹게 느끼는 줄 알았다.

나만이 머리가 나쁘고, 나만이 운이 나빠서 힘 드는 줄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 내 인생은 완전 망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새로운 희망을 발견해서 너무 감격스럽다“고......

 

새로운 희망을 안고 감격스럽게 떠나가는 그녀에게 무한한 축복이 내리기를 기도한다.

누구나 아픔이 있다.

아픔을 알고, 그것을 극복하고 견디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서로를 조금만 더 가까이서 느끼고,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그 아픔을 느끼는 감각도 더 둔해질 것이고,

그 아픔에 대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곁에 누군가가 있음을 알고 감사해하고

든든해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