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 성가한 아버지와 역시 강한 의지로 자신의 삶을 꾸려 온 부부 사이에서
그녀는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마땅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그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다는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조실부모하고 고모집에서 자라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올바른 길을 걸어오면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전력투구 해 왔으며,
어렵고 힘든 시절 만났던 어머니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며
돈을 모아서 산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통신 대학을 마치고
현재는 석사 과정을 수료중인 억척 여성이라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단한 근면성으로 인해 일찍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내담자인 그녀는 맏이로써 부모의 관심과 지극한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열성이 그녀는 늘 부담스러웠으며,
마침 남동생이 아주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어서 자신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줄었지만,
언제나 그녀를 향하는 부모님의 시선이 너무나 힘겨웠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부터 남다르게 신경을 쓰시는 부모님 덕에 남들의 눈에 쉽게 띄었으며,
학교에서도 선생님이나 친구들로부터 부모님의 지극한 뒷바라지를 받는 평범한 아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희생하는 분이셨고,
엄마 역시 그녀가 반드시 공부로 성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정말 공부라는 것이 자신이 없었으며,
모든 것이 다 부모의 극성스러운 열정 때문에 힘겹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학교를 다니던 무렵엔 영어를 위해 캐나다에 일년 동안 잠시 유학을 다녀 온 적도 있었지만
그녀의 영어 실력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캐나다에서의 생활 역시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홈 스테이를 하면서 우울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는 날들이었다고 회고한다.
부모님께 더 이상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지속한다면 아무래도 자신은 우울증으로 죽을 것만
같다는 하소연을 날마다 계속한 결과 겨우 일년 정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 진학 문제 역시 부모님과의 큰 갈등을 빚었다.
그녀는 결국 전문대학을 졸업했는데,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흔히 말하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근사한 집안으로 시집을 가기를 늘 꿈 꾸는 반면 그녀는 모든 것이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 하루 집 안에서 밥을 먹고 생활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눈치가 보이고,
말끝마다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
‘도대체 뭐가 문제여서 공부를 하려 하지 않느냐?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 공부인데.... 우리는 없어서 못 했는데 이렇게 잘 챙겨주고 밀어주는 부모가
있는데 왜 그 쉬운 공부에 뜻을 두지 않느냐?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날이 갈수록 그녀는 무기력해지고, 자기 자신의 무능함과 왜 이런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났는지가
원망스러워지고, 살기 싫다는 생각과 꼼짝 하기도 싫은 무기력증,
그리고 죽고 싶은 충동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기가 힘이 든다는 것이다.
눈치를 보며, 집안에서 부끄러운 식충처럼 살아가는 자신이 혐오스
러워 바깥출입도 전혀 하지 않고 언제나 그녀는 잠을 자거나, 혼자서 티비를 보거나.....
넋을 놓고 지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 집안에서 사라지면 반듯한 동생과 부모님은 너무나 행복하게 잘 살 것만 같은 생각이 끝없이 들고.....
그래서 혼자서 몇 번이나 손목에 칼을 대어 보기도 했지만 그나마 용기가 없어서 늘 실패하고
또 부모님께 들켜서 지지리도 못난 자식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고 한다.
그녀가 상담을 받으러 온 주된 이유는 무기력증으로 인한 식욕감퇴와 깊은 의욕상실로 인한 불면,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데 대한 불안감, 가족으로부터의 따가운 시선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야말로 중증 우울을 앓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부모님 역시 상담자에게 그녀의 소심함과 나태함에 대해 속상해 하고 있었으며
좋은 환경속에서 열심히 키웠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눈물 짓는다.
그녀는 스스로 자발적으로 뭔가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깊이 새기면서
늘 부모님이 이끄는 대로 살아온 삶이 너무나 행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릴적엔 뛰어놀며 신나게 놀이터에서 놀고 싶었지만 엄마는 비싼 옷을 버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늘 했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때 역시 밤마다 너무나 졸음이 쏟아지는 그 시간에도 구구단을 외워야했고,
어제 배운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그것을 제대로 답할 때 까지 아버지는 그녀를 잠도 못 자게 했다고 울먹였다.
언제나 괴롭고 힘들었다고.... 소질이 없는 피아노를 배우는 일도 고통이었고,
더구나 소심한 그녀를 위해 웅변학원에 등록을 하고 남들 앞에서 웅변을 하게 한 아버지도 원망스러웠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피아노도 소질이 없는 아이, 웅변도 학원에서 제일 못하는 아이,
자신감도 없는 아이, 자기 주장도 없는 아이로 자라오며 가슴엔 언제나 시퍼런 상처와 아픔만 키워왔다는 것이다.
교류분석에서의 free child의 상처가 너무 컸던 것이다.
그녀의 어린아이 같은 내면의 자아에 대한 치유 작업이 먼저 이루어졌다.
그녀가 부모로부터 자유로운 분리가 되어야만 스스로 일어 설 힘을 가질 것 같았다.
자기 존중감이 심어져야 하고, 스스로 잘 할수 있는 내적 자원을 함께 찾아보아야 하고,
그리고 그녀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찾아보는 작업 역시 필요했다.
상담은 생각보다 여러차례 심층 상담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을 위한 부모교육까지 함께 병행했다.
다행히 부모님은 자녀의 심리적 건강을 위한 제반의 설명에 대해 흔쾌히 동의하고
그녀를 위해 부모로서 거듭나기를 시도했다.
3회에 걸친 심층심리상담을 마치고 그녀는 네일샵을 차리기 위해 학원 등록을 마쳤다고 한다.
그녀는 피부관리와 손톱관리를 전문으로 해서 크게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끝까지 딸이 마음을 돌려 그 부모님의 입장에서 사회적으로 자랑할 만한 일을 하기를 바라던
부모님은 2% 아쉬운 마음을 접으며 겨우 활기를 찾고 새 삶을 시작하는 딸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다.
부모의 길과 자녀의 길......
서로 다르지만 서로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줄 수 있다면
그 길은 어떤 길이라 하더라도 보기 좋고 든든한, 행복한 길이 될 것이다.
상담센터의 사례들은 내담자의 동의에 의한 경우에 한해 익명으로 사례 게시판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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