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의처증과 의부증

설기문 2009. 2. 17. 15:58

 

 

 

의처증이나 의부증의 경우는 나이 제한이 없어 보인다.

20대 후반이나 30대의 부부를 시작으로 때로는 드물게 80이 넘은 노부부의 경우까지

의처증이나 의부증의 예는 너무나 허다하다.

 

최근의 부부상담을 통해 본 의처증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68세의 할아버지는 66세의 할머니에 대한 집착과 의심이 대단했다.

집안 환경이 어렵고 성장환경 역시 대단히 힘겨운 할아버지는 잘 생기고 훤칠한 외모로

젊은 시절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가난하고 고된 삶을 살았지만 너무나 준수한 외모 덕분에 할아버지는 학력이나 환경이 자신에 비해

탁월하게 부유하고 마음까지 넉넉한 아내를 얻게 되었으며 그 덕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처가에서 지원해 주는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사업을 시작했고,

그 사업의 규모는 점점 커져서 준재벌에 이를만큼 유복하고 좋은 환경 속에서

자녀들을 키우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셨다고 하는데,

문제는 할아버지의 의처증 이었다.

 

젊었을 때 부터 가끔씩 그런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그냥 지나쳤는데,

자녀들이 모두 분가를 하고 나니 할아버지의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져 간다는 것이었다.

상담실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할아버지는 자신이 본 아내의 외도에 대해

너무나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묘사를 했다.

듣는 상담자 역시, 꼭 사실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할아버지의 표현은 리얼했다.

모시고 온 아드님과 따님은 고개를 저으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남들이 알게 되고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집안 망신이라고 여기는 자녀들은 노심초사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그 나쁜 버릇만 고치게 된다면 뭐든 하겠다고,

지나간 일은 다 용서해 줄 수 있지만 앞으로 또 그런 짓을 하게 될까 잠이 오질 않는다는 것이다.

 

담담히 듣고 있던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도 전혀 모르며,

그 날의 상황과도 너무나 맞지 않으며, 친정 식구들이 건재할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할아버지께서 자신을 구박한다고 서러워하셨다.

AK 테스트를 통해 빙의의 가능성을 진단해 보면서

할아버지의 심층심리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너무나 감격할 정도로 감사해 했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운명을 평탄케 해 준 부인과 처가에 대한 감사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의 불안감, 수치심, 열등감도 함께 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성장해 온 배경에 대해 늘 숨기고 싶었으며,

자신의 학력이나 능력에 대해서도 불안해 하고 있었다.

독학으로 공부를 하긴 했지만 반듯한 졸업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늘 할아버지를 긴장케 하고

혹시나, 만약의 경우 할머니가 떠나 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행복 속에 숨어서 공존하던 불안과 두려움의 정체가 드러났다.

심층심리 분석을 통해 본 할아버지의 마음 깊은 곳에는,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외도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것을 관대하게 받아줌으로써

자신의 계산법으로 공평한 부부관계를 만들어 간 것이다.

할아버지의 마음 속에는 자신이 처가나 부인으로 부터 받은 혜택 보다도

외도하는 부인을 인내하고 견디어 주는 자신이 부인에게 더 큰 덕을 베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면을 한사코 거부하던 할아버지는 상담자의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난 후,

최면 경험을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하셨다.

순간최면 기법에 완벽하게 무너진 할아버지는 한순간 최면에 들었으며,

자신의 유아시절이나 어린 시절들을 시간퇴행을 통해 현재적 관점에서 경험했다.

 

자신이 살아 온 삶은 파노라마 처럼, 한 편의 드라마처럼 지켜 본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특이하게도 한 순간, 12살 때 돌아가셨다는 그의 어머니의 존재를 느끼고 인식하며,

평소 늘 엄마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고 털어 놓는다.

내담자를 통해 엄마를 불러보라고 하자 그는 울먹이며 엄마를 불렀다.

한순간에 내담자인 할아버지의 음성은 엄마 같은 음색으로 바뀌면서 불쌍한 아들을 떠나지 못하고

빙의상태로 머물고 있음을 나타냈다.

아들에 대한 뜨거운 집착,

아들이 아내와 손주들에 대해 애정을 쏟을수록 빙의로 존재하던 어머니는 서운함을 느꼈다고 한다.

'자기 자신도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다. 엄마가 오래 오래 아들의 가슴에 기억되고 싶었다'는 말로

자신의 한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가 자신의 가족을 덜 좋아하게 하기 위해 마음 속에 '의처증'이라는 에너지가 작용하게 만들고

며느리로 부터 떼어 놓기 위해 며느리를 순간 순간 미워하게 했다는 것이다.

 

한순간에 만난 빙의령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재편집하고 새틀을 짜고 행복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

 

상담을 마치면서 모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할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인생 참 우스운 것 같네요. 나는 한번도 내가 이런 상태임을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나도 모르는 내 인생을 내가 살아왔네요. 앞으로는 내가 알고 살아가는 삶이 될 것 같아서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그렇게 독백하듯 말씀을 나누며 할아버지는 아드님과 따님의 격려와 위로 속에 상담실을 떠났다.

할머니 역시 할아버지 마음 속에 그런 아픔이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다고 털어 놓는다.

 

다양한 상담기법들이 동원되고, 최면이나 NLP등을 통한 잠재의식에의 접근은 상담의 질을 높여 준다.

자세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 하지 못함이 아쉽다.

그러나, 많은 상담 사례에서 보듯이 내가 경험하고 있는 아픔은 늘 나만의 것이 아니고

서로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음의 실타래를 제대로 풀어나가기 위한 기초적인 작업 중의 하나는 언제나 건강한

마음 상태가 되도록 스스로를 돌보아야 하는것이 아닌가 싶다.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를 위한 다양한 기법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는 언제나 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상담센터의 사례들은 내담자의 동의에 의한 경우에 한해 익명으로 사례 게시판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