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문 칼럼

테드 제임스 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설기문 2008. 10. 19. 09:20

여기는 호주... 호주에서 다시 글을 올립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며 지금은 아침 시각입니다.

한국과 2시간의 차이가 나는군요. 한국보다 2시간 빠른 시각입니다.

 

어제부터 강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들었던 시간선치료의 트레이너 과정 강의를 어제와 오늘까지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마스터 트레이너 과정의 강의를 들어야 하고 말입니다.

 

이곳은 시드니 근교의 소도시에 있는 곳입니다.

수업 장소는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입니다.

이 학교 캠퍼스 강의장을 빌려서 우리의 강의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온 50명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시간선치료 트레이너 과정의 강의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저로서는 정말 모처럼 테드 제임스 박사님의 강의를 다시 들었습니다.

 

세월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예전과 같지 않은 제임스박사님의 모습을 봅니다.

마음이 짠- 하군요.

7년전, 그로부터 강의를 들을 때는 그의 모습이 팔팔(?)했는데,

이번에는 왠지 아닌 것 같았어요.

나이와 세월은 어찌할 수 없나봅니다.

그런 모습 앞에서 나는 나를 돌아봅니다.

60, 환갑이 넘었을 그의 모습 속에서 나를 비추어보면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늙을 것인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벌써 50을 넘긴 나이가 되니까 세월의 무게를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느끼게 되는 것은

저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늙고 누구나 나이를 먹는데... 언제까지 젊은 나이로만 사는 것이 아닐찐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늙어서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힘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으려면 내가 누구보다더 더 많이 건강을 챙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거에 들었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복습하는 정도에서 수업이 진행되었지만

많은 외국인들 속에서 수업을 받는 모처럼의 내 자신을 보면서

앞으로 좀 더 건강하게 살고 좀 더 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새삼스런

욕심을 가져보았습니다.

사람의 욕심이야 끝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자꾸만 욕심이 생기는 것은

나쁜 것일까요? 아마도 어쩌면 아직도 젊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자위를 해봅니다.

 

아침에 모처럼의 지리적인 호기심이 발동하여

무작정 거리로 나서서 걸었습니다.

마침 주변에 아름다운 해안이 있고 해수욕장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봤습니다. 경관이 아주 좋았습니다.

과거에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보던 풍경과 흡사했습니다. 주변의 나무와 꽃들은

캘리포니아의 모습이었고 집들과 거리의 풍경들은 캐나다의 풍경같았습니다.

묘한 향수같은 것을 새삼 느끼면서

아무 생각없이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면서 다녔습니다. 운동삼아 걷기를 한 셈이지요.

걸으면서 이 동네 저 동네의 집들을 구경하면서 오고가는 사람들도 구경하였지요.

그리고 커다란 공동묘지 옆도 지나면서 수많은 죽은 사람들 생각도 해봤습니다.

 

맑고 깨끗한 호주의 공기와 기운을 가슴속으로 흡입하면서

내 몸에 무한한 청정에너지를 받아들였습니다.

발 끝과 온몸으로, 그리고 머리끝까지 에너지를 받으면서,

예쁘게 피어있는 붉은 색, 노란 색깔의 꽃들의 미소를 함께 마셨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속에 피어나는 이름모를 꽃들과 예쁜 모습으로 자라는

풀들을 보면서 한 없는 자연의 힘을 느끼고 또 자연의 에너지를 함께 경험합니다.

 

나이와 세월은 어쩔 수 없지만 나이와 세월이 더해질수록 자연을 접하면

애착이 생기고 아름다운 색깔과 모습에 마음이 빼앗기는 것은 더욱 깊어져감을 느끼면서

그러한 나이와 세월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지금 숙박을 하고 있는 이 지역도 100년은 넘은 나름대로 유서가 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서 세월의 때가 묻어 있는 흔적이 있습니다.

세월이 갈 때 함께 묻어나오는 연륜... 이런 것은 오히려 보석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긴 세월 앞에서 닦이고 단련된 역사의 향기라는 것... 그것은 아무나 만들어 내지 못할 것입니다.

 

비록 테드 제임스 박사님이 세월의 연륜앞에서 기력은 떨어져 보이지만,

1984년부터 시작했다는 시간선치료의 역사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는

왠지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약 25년 전으로 거슬로 올라가서 시작된

제임스 박사님의 시간선치료... 그것이 나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씨앗이 뿌려졌다는 얘기입니다.

괜한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세월은 좋은 것이여!

 

세월을 탓하지 말고 연륜에 맞는 능력을 드높이고 더 진한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설사 더 많은 세월이 흘러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고 해도

그러한 세월의 향기를 뿜을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하리라....

 

마치 밀턴 에릭슨이 마지막 순간 까지 휠체어 생활을 하면서

몸을 꼼짝 못하는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강의와 집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실력이요 향기때문이 아니었을까?

 

호주에서 이런 저런 생각으로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