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최면 속의 기억 지우기 - 남동생을 닮은 남자 친구

설기문 2008. 5. 20. 14:29

 

 

예쁘장한 20대의 여성인 P씨는 남자친구와의 문제로 상담실을 찾았다.
남자친구 집안과 관련한 기억을 지우기 위한 목적으로…
그녀는 사귀던 남자와 구두로 결혼을 약속을 하고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상태였지만
당분간 그 결혼을 피할 수 밖에 없는 사정에 있었다.
부모님들은 결혼날짜를 잡자고 하였지만 그녀로서는 그렇게 서둘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몰랐으면 좋았을 남자 집안과 관련한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결혼을 결심하고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결혼허락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P씨는 우연히 지인을 통해서 남자 집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는 자기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아는 이상 그녀로서는 더 이상 결혼을 추진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고민을 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양가 부모님께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고 결혼을 무기연기 시켰다.
그녀의 마음으로는 여전히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꼭 결혼을 하고 싶었다.
사실 P씨의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은 독특했다.
그는 비록 P씨보다 연상이었지만 처음 보는 순간부터 외모에서 P씨의 동생처럼 느껴졌고
몇 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남동생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성격도 동생과 닮은 면이 있어서 P씨는 남자친구를 만나는 회수가 잦을수록
그에게 감정적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P씨와 남동생은 남매로서 유난히 사이 좋고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남동생이 누나의 심부름을 하기 위하여 길을 건너는 중에 뜻밖의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게 되었고
그 후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결국엔 숨을 거두고 말았다고 한다.
이에 누나인 P씨는 마음의 큰 상처를 입고 동생에 대한 죄책감으로 시달렸다.
자기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는 죄책감과 아쉬움은 한동안 그녀에게 큰 고통으로 작용하였다.
그런 가운데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고 편안함을 끼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아주 빠른 속도로 연인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다.
결국 P씨가 남자친구에 대해서 사랑의 감정 이상으로 느끼는 것은
바로 남동생과 관련한 감정때문 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남자 집안에 대해서 들었던 이야기에 대한 기억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고
그 상태에서는 결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기억을 지운다면 그 후에는 결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설명을 하였다.
우리가 최면을 통해서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잘 지워지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잘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억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보다도 그 기억으로부터 영향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기억은 기억대로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억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마치 신문기사에서 읽은 다른 사람의 일인 것처럼 말이다.
이것을 NLP에서는 내부표상(IR)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즉 어떤 일이나 사건 자체보다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 마음 즉 IR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설명을 내담자에게 해주었고 그녀는 이해를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가능하다면 꼭 기억을 지워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보자는 말로 대답을 해주었다.
기억 지우기를 위한 상담에 임하면서 나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먼저 EFT-톡톡건강법을 염두에 두었다.
왜냐하면 이 방법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특정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거나
기억을 지우는데 아주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한 기억 때문에 파생되는 부정적 정서를 없애는데 EFT의 탁월성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시간선치료였다.
그녀는 현재의 상황에서 강한 분노의 부정적 정서를 갖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녀는 남자 친구가 집안 이야기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자기를 속였다는 사실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분노를 제거한다면 설사 기억이 있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시간선치료는 분노를 포함한 부정적 정서를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미치기에 이 방법도 사용해보기로 하였다.
 

세번째로는 NLP의 분리기법을 사용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분리기법은 특정한 기억이나 부정적 정서 또는 감정을 흐리게 하고 제거하는데
역시 도움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크게 어렵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상황에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본 방법은 바로 전생치료였다.
전생퇴행을 통해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조명해보고 현재 자기가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남자친구와의 불편한 관계가 어떤 전생에서 어떤 원인때문인지를 찾아보고 처리한다면
기억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한 가지씩의 방법으로 접근해간다면 당연히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도 도움되겠지만
네 가지 방법을 다 사용해본다면 완벽하게 문제해결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고 먼저 EFT-톡톡건강법의 기법으로 치료작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상의 어떤 방법으로도 기억과 관련한 효과가 없었다.
웬만하면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도 기본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난처한 느낌을 느꼈고 어찌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당혹하였다.
그러나 나는 곧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내담자에게 다름아닌 무의식의 저항과 secondary gain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 P씨에게 EFT를 시행했을 때 그녀는 전혀 어떤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러 번 EFT를 시도한 끝에 그녀는 약간의 감정 변화가 있었으며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고 하였다.
그런데 동시에 남자친구에 대한 정서가 이상하게 동시에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상하게도 동생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다고 하였다.
그것이 그냥 자기의 생각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동생의 얼굴이 자기를 스쳐 지나갔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한 그녀의 설명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무의식의 저항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했을 때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무의식 차원에서 남자와의 결혼을 거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의식 차원에서는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또 결혼을 원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무의식적 작업을 해 나가는 가운데 그 남자를 사랑하는 이면에는 남동생과 닮았다는 면,
그리고 남동생과 잘 지냈던 남매로서의 애정과 죄책감이 함께 혼합되어 있었음을 어렴풋이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생퇴행과정에서 그녀는 현재의 남자친구보다는
남동생과 의 관계에서 더욱 애틋하거나 좋은 감정을 느끼는 관계를 떠올렸다.
아울러 심층심리 밑바닥에서는 남자친구가 남동생과 닮았다는 바로 그러한 이유로
결혼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현재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다면 마치 동생과 결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그녀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친상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막연하게 작용하였고
그래서 그와의 결혼에 대해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는 정서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명분은 남자친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양가의 허락을 받았기에 그것은 미룰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남자 집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치 않게 하였고
그 기억 때문에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억을 지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녀가 남자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이전 상태로 간다면 결혼할 수 있겠다는 것이
바로 상담을 신청한 표면적인 이유이면서 또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정말 밑바닥 심리 속에는 남자친구와 남동생의 닮은 점,
남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과 함께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남자친구와의 결혼이 마치 근친상간으로 느껴진다는 막연한 불안과 또 다른 죄책감…
이런 것이 궁극적으로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원치 않으며 피하고 싶어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미 양가 부모님의 허락까지 받은 결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은 바로 기억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말로 기억이 지워진다면 남자친구와의 결혼은 기정사실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무의식 속에서 진정으로 원치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결혼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길은 바로 기억을 지우지 않고
그 기억을 이유로 결혼을 거부하는 것이다…

P씨의 무의식을 탐사하는 가운데 위와 같은 심리가 포착되었고,
그 과정에서 나는 기억지우기를 거부하는 무의식의 저항심리를 확인하였다.
그렇기에 어떤 방법으로 기억지우기를 하려해도 효과가 없다는 엄연한 현실에 부딪힌 것이다.
기억을 지우지 않음으로써 궁극적으로 무의식의 자기가 결혼을 하지 않기를 원하는 소망을 달성할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secondary gain이라고 할 수 있다.
때때로 어떠한 치료법도 효과를 발휘하지 않고 어떠한 처방에도 듣지 않는 증상이나 치료가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가끔 무의식의 저항 현상을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불치병, 또는 난치병, 만성병과 같은 것이 의외로
무의식적 저항이나 secondary gain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을 수 있다.
또한 일상에서 경험하는 슬럼프와 같은 상황에서도 그런 저항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이와 같은 점들을 P씨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다소 의외인 것처럼 받아들였지만 조금씩 수긍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솔직히 인정을 하였다.
자기도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많이 혼란했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마음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또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지만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고 하였다.
그리고 감사하였다. 어쩌면 진짜로 자기 자신을 찾은 것 같다고.
그와 함께 동생에 대한 죄책감도 이제 많이 해소된 것 같으니 마음이 더욱 편안해졌고 가벼워졌다고 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남자친구와의 관계와 결혼 문제였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고민을 해보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그렇게 이해를 해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상담은 마무리되었다.

솔직히 처음의 상담 목표는 전혀 달성되지 않아서 ‘실패’라고 판단되는 상담결과가 생겼지만
오히려 성공 이상의 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었던 상담세션이었다.
마음에 관한 큰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보이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
특히 치료를 방해하는 또 다른 마음이 무의식 깊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마음에 대해서 좀 더 깊이 공부하라는 교훈으로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