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엔 때로 응급상태에 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 날 아침 역시 우울증이 너무 심해 견딜 수 없으니 급히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급하게 스캐쥴을 바꾸고 정리하여 2시로 예약이 되었는데 그녀는 한시간이나 빠른 1시에 도착을 했다.
외모는 반듯하고 이뻐 보였으나 표정은 대단히 침울해 보였다.
상담카드에 기록 된 내용 역시 구체적인 정보가 기록되지 않았으며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을 아끼고 있었다.
그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자세하게 그녀의 표정이나 말들을 계측하기 시작했는데
상담사의 입장에서 볼 때 빙의적인 요소가 더러 보이기 시작했다.
빙의치료, 빙의,빙의 현상속의 상담이 거의 날마다 진행되는 현장이기에 직감적으로 오는 감이 있다.
일단 빙의적인 측면에서 상담을 풀어나가기로 하고 심호흡을 시키면서
점진적 이완기법으로 최면을 유도했다.
그녀는 호흡이 깊어질수록 다양한 신체적 반응을 보였으며
바디 스캐닝을 유도하자 확실하게 빙의된 상태임이 드러났다.
평소 웃음이 없고 명랑하지 않은 성격인 딸인 그녀를 엄마는 몹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엄마는 수시로 그녀에게 명랑하기를 강요하고,
느린 성격의 그녀를 재촉하며 빨리 빨리 뭔가를 해내기를 독촉하곤 했다.
학교 성적 역시 엄마의 기대치에 이르지 못하자
엄마는 그녀에게 차마 하기 힘든 말 “그렇게 살려거던 차라리 죽어버리라”고 까지 하면서
못마땅함을 드러냈다.
폭언은 물론이고 때로는 폭행까지 당하면서 그녀는 삶이 너무 고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무섭고 부담스러워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모르겠다며 그녀는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등학교 때부터 편두통이 시작되었고 소화기관에 장애가 있어서 고통을 호소했지만
병원의 검사 결과는 늘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녀의 엄마 역시 그런 그녀를 보다 못해 정신신경과로 보내어 치료를 받게 했고
꽤 오랜기간 병원치료를 받았으나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에 그녀는 지칠대로 지쳐서
힘겨운 스스로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좌절하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희망을 잃었으며 아무런 의욕을 느끼지 못한다며 흐느꼈다.
상담자의 마음 역시 무거워졌고 친어머니가
어떻게 딸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셨을까 싶어서 마음이 아파왔는데
그녀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곧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미 수많은 빙의령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친언니(아기때 질식사했다고 한다), 외할머니, 외삼촌, 고모, 할머니.....
빙의령들은 각각의 형태로 자연사 하지 못하고 억울한 한을 갖고 세상을 떠난 영들이었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배고픔과 억울함과 원한을 갖고 있었으며
숙주가 된 그녀를 통해 그것을 해소시키고 풀어내고 싶어했다.
각각의 빙의령들을 하나 하나 설득하고 달래며 현재의 상태를 이해시키고 그들의 도움을 청했다.
오랜 설득 끝에 그들은 마음을 돌렸으며 순순히 자신들이 가야 할 마지막 길을 떠났다.
떠나는 길목에서 그들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렇게 빙의 상담을 일단락 되었으나 그녀의 내적 심리상태가 면역력이 낮고
또한 자기 존중감이 너무 낮은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녀에게 자신의 소중함과 또한 삶을 대하는 매순간 순간
자신을 놓지 않고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며 NLP 교육을 권했다.
스스로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부정적 정서들을 하나 하나 찾아내어 지우고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제한적 신념들을 파괴하여 새로운 그림을 그려가며
의미있고 희망 넘치는 미래를 설계하는 일엔 NLP만한 공부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몸도 마음도 가벼워짐을 확연히 느낀다고 하면서 고마워했다.
그리고 이젠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겼으니 열심히 공부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상담이란 때로 힘겨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순간순간 찾아오는 보람과 기쁨은 엄청난 것이기에 날로 상담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그녀가 환한 얼굴로 강의실을 들어서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모습을 떠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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