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문 칼럼

마음의 상처와 치유

설기문 2007. 11. 6. 10:40
마음의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 간다. 그래서 상처는 입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의 상처가 있겠고 그 상처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도 많다.
인생에 있어서 상처는 피할 수 없고 누구나 경험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이런 저런 상처를 많이 갖고 있었다.
한 때는 그 상처로 인해 힘들고 괴로웠을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상처가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보다 잘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전혀 상처가 없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어떻게 알고 이해할까?
물론 머리로 이해하고 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
자기가 경험한 것일 때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감싸안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어떤 남자가 부모를 위한 강좌를 마련하였다.
그 강좌의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부모를 위한 10계명"
어떤 부모든 자녀를 위한 고민과 자녀를 잘 키우겠다는 욕심이 있을테니
광고를 보고 원근 각처에서 많은 부모들이 그 강의를 듣기 위하여 모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부모용 강좌를 맡고는 있었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다. 

그런데 그는 마침 이 강좌를 진행하는 동안에 꿈에 그리던
아가씨를 알게 되었고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 곧 예쁜 아기도 갖게 되었다.
그때 그는 자신의 강좌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바꾸었다.
"부모를 위한 다섯가지 제안"

그런데 그는 둘째 아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강좌 제목을 다시 바꾸었다. 

"부모를 위한 세 가지 시험적 조언"

세번째 아기를 갖게 되었을 때,
그는 강좌를 폐강하고 더 이상 그 강의를 하지 않고 중단하였다. 

이상의 이야기는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이 내용을 보면 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남에게 충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된다. 

상처를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잘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처를 극복하거나 치유받을  때 그 상처는 가치로운 것이 된다.
인생을 위한 지혜가 되고 인생을 위한 훌륭한 영양분이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상처를 입은 사람은 많지만
지혜롭게 극복하거나 치유받은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 상처 때문에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도 많다. 

나는 지난 주에 대구에서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로 희생자가 되어
아직도 지하철을 전혀 타지 못하는 2 명의 여성을 상담하고 치료하였었다.
그 2명의 내담자는 5년 가까운 세월동안 너무도 힘들게 살고 있었다. 
참사의 후유증으로 심지어 가정도 깨지는 아픔을 겪고 있었다.
사랑하는 딸과도 헤어져 살아야 하는 젊은 엄마의 아픔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그때 마셨던 연기에 대한 악몽으로 지금도 목이 따갑고 목감기가 잘 걸리는
상처의 흔적은 생각보다 깊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하여,
최면을 통하여 말끔히 청소되고 치유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였고
내가 귀한 일을 했다는 보람도 느꼈다.
나는 한편으로는 내가 상담을 전공하고 최면을 공부했기에
이러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도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의 고통이 너무 컸기에
치유에 대한 절박감도 컸을 것이며
바로 그러한 절박감과 믿음으로 인해 좋은 성과가
생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생각해봤다. 

치유가 된 이후에 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은 지금도 선하다.
하긴 그들뿐만 아니라 상담실에서는 늘 새로운 치유경험이 일어나고
또 새롭게 거듭나는 내담자가 생기고 있다.
그것은 남들 보기에는 특별한 일이지만,
상담실에서나 상담을 하는 우리들에게는 일상사가 되고 있다. 

10월이 지나고 새롭게 11월이 새로 시작되는 마당에
새삼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아름다움과 지혜를 간직하는 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경험하고 배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본다.
rose.jpg
0.03MB

'설기문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의식의 저항  (0) 2008.03.21
빙의문제의 심각성과 효과적인 대처의 필요성  (0) 2008.01.29
앞만 바라보며 달려 온 인생  (0) 2007.10.27
다행이야 그래, 정말 다행이야....  (0) 2007.10.21
가을편지  (0) 2007.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