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구나... 정말 다행이야...
제가 아는 분 중에 한 분이 말끝마다 붙이는 말입니다. 그녀는 한때 큰 규모의 "웹 디자인" 회사를 경영했었고 그녀의 꿈은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별칭은 늘 장씨인 자신의 아들을 생각하며 "장통령"이라고 불리길 좋아합니다. 그녀는 우선 목소리가 참 큽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거나 소심해지지 않습니다. 제가 늘 하는 말로 "대단한 조증 환자"라고....
그런 그녀는 전재산이 500만원이라고 합니다. 우이동 달동네 반지하에 보증금으로 걸어 놓은 500만원이 전부라고 하면서 호탕하게 웃지만 누군가에게 밥 사주길 좋아하고 (술은 절대 안 사준다는 철학) 누군가가 문제가 생기면 젤 먼저 달려가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는.... 그래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곤 합니다.
성장해가는 딸과 아들, 그리고 툭하면 월급이 나오질 않는 남편의 경제적 악조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상 남편을 '하늘님'이라고 부르며 기죽지 말라고, 더 좋은 날이 숨가쁘게 달려 오고 있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 날마다 고백을 하며 부부는 우이동 산길을 데이트한답니다. 때로 먹거리가 달랑달랑해도 전혀 걱정이 없는 그녀를 바라보는 제 마음이 때로는 더 걱정스러워서 부질없이 제가 염려를 합니다. "어쩌나... 어서 좋아져야 할 텐데..." 그럴때 마다 그녀는 "걱정 없다"는 말로 호탕하게 웃습니다. 돈 많은 친구들에게도 전혀 기죽지 아니하고, 교복처럼 옷을 입고 다녀도 그녀는 늘 "참 다행이다'라고 합니다.
저같은 소시민이 볼때, 그녀는 참 신기한 사람입니다. 뭐가 그리 좋아서 웃느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신나게 웃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그리고 건강한 가족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생각해보면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녀는 아침마다 눈을 뜨면 "다행찾기 놀이"를 한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다행인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그래서 간혹 감기 몸살이 나도 더욱 큰 병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감격합니다.
그래서 저도 간혹 내게 뭐가 다행인가 들여다 보며 혼자 웃어 볼때도 있습니다. 그녀 말대로 참, 다행거리가 많긴 하다는 생각도 하구요... 우울하고 슬프다는 말로 세상을 비관하시는 분들을 위한 전문 상담인이 되는 것이 꿈인 그녀는 참 지혜로운 사람임에 틀립 없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상담센터에서 상담선생님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첫월급을 탄 날 제게 이렇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우리 가족이 먹을 걱정 없이 한 달을 지내게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저는 코 끝이 찡해왔습니다. 그런 가슴 따뜻한 사람이 나와 함께 일하고 있음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제가 참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차비가 없어 먼길을 걸어다녀도 다리가 튼튼해서 다행이라고 큰 소리로 웃는 그녀, 요즘은 자꾸만 그녀가 이뻐 보입니다. 씩씩한 그녀가 존경스러워 보입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다행찾기' 놀이를 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아름다운 낙원이 되구요.... 주일이지만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해 봅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감기 유의하시고 평화로운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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