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문 칼럼

무의식의 저항

설기문 2008. 3. 21. 13:02

무의식의 저항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증상이나 병을 갖고 있을 때, 그는 당연히 낫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의 저항이라는 것은 그 낫고자 하는 마음에 저항하거나 낫기를 원치 않는 마음이란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의 경우에는 상담이나 치료를 해도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잘 낫지 않으며 상담의 진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제 한 내담자를 만났다. 그는 몇주일 전에도 나로부터 불안과 자신감 상실의 문제로 상담을 받고 간 내담자였다.

그런데 그때 내담자는 상담 진행 동안에 별다른 심리적 반응이나 최면적 차원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고 

그래서 당연히 그 스스로서는  상담의 진전이 없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상담을 마무리했고,

차후의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면서 상담을 마무리하였다.

 

그런데 그 후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하면서 어제 제2차 상담 신청을 하여 만났다.  

어제 2차로 상담 진행을 하는 가운데, 역시 무엇인가 최면과 상담 진행이 원만하게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졌다.

무엇인가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상담을 거의 마무리할 즈음에 혹시,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그는 "사실은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참고 있었다"고 하였다. 아뿔싸~

왜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하지 않았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그는 겸연쩍은 웃음만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 말을 잘

못하겠더라고 하였다. 그래, 내가 그런 것 까지 챙겼어야 했는데..

 

그래서 일단은 화장실에 갔다 오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가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몇가지 점검을 해보았다.

상담이나 최면 진행에 방해가 될 만한 어떤 요소가 그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지를

이런 저런 방법으로 알아보았다 그런데 뜻밖에 무의식의 저항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아이가 학교 숙제를 하지 않아서 학교에 가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학교에 가면 숙제를 안 한 것 때문에 선생님께

야단을 맞거나 벌을 설 것이 분명하기에 두렵고 겁이 났다. 하지만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하면 엄마로부터 야단을 맞을 것

이기에 아이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으로 힘든 마음 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의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엄마가 깜짝놀라 무슨 일이냐고 하였더니 아이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여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아이는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쉴 수가 있었다. 당연히 늘 일하러 나가던 엄마는 아이가 아프니까 일을

나가지 않고 아이를 돌보고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주면서 하루를 함께 보냈다. 아이는 배가 아픈 것은 좀 힘들지만 학교도

안 가고 또 엄마가 하루종일 옆에서 돌봐주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그래서 빨리 낳아서 내일은

학교에 가도록 하라는 엄마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내일도 계속 아프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런 아이의 마음… 우리는 어릴 때 한번쯤 누구나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내담자는 그제서야

자기에게도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자신에게도 솔직히 현재의 문제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무의식의 저항 현상이다. 이러한 무의식의 저항이 있으면 상담과 최면 진행에 방해가 되고 제대로 성과를

올릴 수가 없다. 그런 설명을 해주었을 때 내담자는 그제서야 자기의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의식적 차원에서의 일이고 오히려 무의식에서는

렇지 않은 경우도 가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무의식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에 실수를 하고 정확한 문제의

진단이나 문제 해결을 제대로 못하는 수가 있다. 그 내담자의 경우에도 뒤 늦게라도 그러한 문제를 발견했기에 그 다음부터는

상담 진행이 보다 빠르게 잘 진행될 것으로 생각된다.

 

자기의 문제를 생각하거나 상담을 진행할 때 한 번쯤은 이러한 무의식의 저항 현상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