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문 칼럼

빙의관련 방송유감

설기문 2008. 9. 26. 19:47

 

 

빙의, 빙의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지만 돌아보면 온통 빙의, 빙의, 빙의이며, 빙의상태의 아픈사람들이 많다.

 

 빙의에 관한 관심은 어쩌면 유사 이래로부터 있어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금기시되기도 하고 터부시되기도 하고....

자유롭게 그 문제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기에 많은 사람들은

빙의관련문제를 안고 있다하더라도 가능하면 노출을 하지  않으려 한다. 

 

빙의는 마음으로 앓는 바이러스라는 말을 나는 자주 한다.

신체적인 상태는 외관상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것이기에

상태의 심각성을 눈치 채기가 쉽지만 마음 속, 혹은 정신적인 것들,

영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고, 예민하지 않으면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수년간 빙의와 관련하여 방송을 하고 있다.

빙의치유에 관하여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빙의의 메카니즘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방송매체를 통해 정확한 실태, 혹은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야만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며,

심리적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갈 수 있으며,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극복하고 회복하게 하도록 계몽을 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이 내 입장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나의 입장을 늘 설명하고 방송을 해 온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나름대로의 원칙적인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맞춰 편집해나간다는 뜻이다.

내담자(또는 환자)가 대단히 어렵고 힘든 상태에 있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상담 (또는 심리치료)을 통해 그들이 거듭나게 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것은 생략되고 삭제되어 최면이나 빙의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의 수준으로 편집되어 버리는 것을 본다.

대부분의 경우 현직 의사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흔하다.

그들의 전문성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현대 의학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듯이, 아직도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이지만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대체의학, 혹은 대체(또는 대안)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좋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과학이라고 받아들이는 부분도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세분화 되고

점점 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양자물리학이나 양자의학 같은 부분은

우리가 홀로그램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그것 역시 고도의 과학의 산물이지만 아직은 제대로 대접 받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리가 진리라고 믿고 받아들이는 것도 때때로 변할 수 있고,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심리학과 상담학의 갈래 역시 어쩌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프로이트에 의해서만 우리가 정통성을 부여해야하는 것일까?

하루하루가 다르게 날로 발전해가는 학문과 과학, 그리고 마음의 세계......

프로이트가 세상을 떠난지도 이미 너무나 오래 전 일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심리학, 특히 무의식과 관련하여 생각하면 프로이트를 빼고 더 이상 생각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임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다.

 

어제밤, SBS-TV의 미스테리 특공대에서 방송된 '알코올 빙의'

관련 방송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메이저 방송에서 빙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용기와 노력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감사하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적인 상황인데

'비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하는 현실에서 메이저 공중파 방송에서,

비록 오락적인 요소를 띤 프로그램에서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 동안

정면으로 다루었으니 대단한 변화이자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특히 첫 사례자로 방송된 어느 여인의 빙의 사례는

치료 과정이나 내용이 실제로 아주 극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그러한 치료 과정이나 내용들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피상적으로만 취급되어 많이 아쉬웠다.

 

그 사례자가 방송팀과 함께 나에게 찾아왔을 때 처음 대화를 시작하자 마자, 

내가 최면을 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알코올 빙의령이 노출되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으면서 나에게 공격을 해왔다. 처음에는 갑작스런 상황이라

다소의 당황은 했지만 다행스럽게 잘 수습되고 빙의치료 또한 잘 되었다.

그래서 상담이 끝난 순간 사례자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었다.

함께 온 가족이나 PD, 작가도 놀랄 정도로..

 

그리고 다음날 그 사례자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왔다: 

"햇살이 이렇게 따사롭고 밝은 줄 몰랐습니다.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내내 건강하세요.한번 찾아뵐게요."

 

수업 시간 중간에 내 휴대폰으로 들어온 이 문자를 휴식시간에 확인하고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정말로 보람을 느꼈다. 다음 시간의 수업이 이어졌을 때 이 문자 내용을 학생들에게 읽어주고

이런 문자도 받았다고 하면서 자랑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시행했던

빙의치료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좋아해주었다.

 

지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때의 일이 비록 TV촬영을 위한 과정이었다고 해도

나로서는 전문가로서 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치료에 임했고,

그 결과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은 이번 방송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단지 '과학적인 검증은 거치지 않았다'는 자막만 나왔다.

그리고 과학적인 검증을 한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사례자를 대상으로

의사가 병원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하면서 또 입원을 시키는 장면이 나왔다.

물론 그런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빙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대한

과학적인 입장에만 무게를 두는...그런 내용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물론 빙의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또는 전문가에 따라서 다르게 접근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바뀌고 변화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은

의학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하면서 가볍게 처리하는 현실은 내 입장에서 못마땅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보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보이는 것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미리 선을 긋고, 미리 만들고 설계 해 놓은 테두리 안에 모든 것을 집어넣는

그런 방송이 아니면 좋겠다 싶다.

 

물론, 어느 정도의 검증이라는 것도 필요하고

올바른 정보전달에 힘을 써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앓고 있는 무수한 사람들과 온갖 노력으로도 자신의 아픔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아직도 제대로 된 방법조차 모르고 방황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는 그런 입장에서의 방송을 기대해 본다.

시청률에 연연해하지 않는 방송현장에 서서 있는 그대로 담백한 현장을 전하는

그런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고 싶다.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