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본 아카데미 수업 중 실습 상황입니다.
회원이신 이산님께서 정성껏 잘 기록하여 주셔서 이렇게 소개합니다. 두려움이나 공포는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을 바라보는 것에서 출발 한다고 합니다.
항상, 우리가 원하는 것들에게 촛점을 맞추고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면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우리들로부터 멀어져 갈 것입니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찰카닥거리며 한 장 한 장 넘어가던 슬라이드 사진이 소리도 없이 화면을 넘기고 있다. 오늘은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 Practitioner 과정』 일요일반 두 번째 날이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빈자리가 거의 없다. 재수강생과 토요일반 수강생들은 복도 건너 시청각실로 옮길 것을 권유받고 있었다. 그 만큼 NL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NLP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NLP라는 용어를 처음 대하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다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정신세계원의 지인이 보내주는 『웰빙 라이프』라는 잡지를 받아 보고 있었다. 그 잡지는 계속해서 설기문 박사의 '최면 & NLP아카데미'를 소개하고 있었다. 사람은 자신이 관심이 있고 보고 싶은 것에만 감각의 주파수를 맞추는 법이다.
화면은 지네 지렁이 뱀 등의 사진을 계속 �고 있었다. 비행기 조종사처럼 헤드마이크를 머리에 쓴 설 박사의 눈길이 40여명의 수강생들을 훑고 지나간다. 아마도 화면을 대하는 수강생들의 몸짓과 나지막한 신음을 scan하는 것 같다. 몇 몇 수강생들이 설 박사님의 scan에 걸렸다. 그 수강생 한 분이 스크린 앞에 섰다. 000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30대 후반의 여인이다. 언뜻 보니 안면이 많다.
사람을 보며 마음속으로 정한 형태로 분류해보는 것이 내 독특한 취미다. 사람모습에 따라 성격이나 목소리 등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대개 풍기는 인상이 비슷한 사람은 성격도 목소리도 비슷하다. 그분은 탤런트 김용림과 풍기는 인상이 비슷했다. 000은 정지된 화면속의 뱀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뱀이 제일 징그럽고 겁난다. 날름거리는 혀도 보기 싫고 째진 눈, 삼각형의 뱀 대가리도 싫다. 뱀을 생각하면 영화에서나 만화에서 보았던 입을 쩌~억 벌리며 먹이를 삼키려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런데 오늘 보여주는 화면 속의 뱀은 징그럽기 보다는 기하적인 모양과 색깔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사람마다 보고 느끼는 감정이 모두 다른 모양이다. 언제인가 TV를 보니 5~6미터가 넘는 비단뱀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설 박사의 안내에 따라 000은 상담용 의자에 앉았다. 안쪽 엉덩이가 닿는 부분이 좀 들어가 안정감을 주는데다 등받이가 높고 뒤로 약간 누어져 있어 비행기 비즈니스석이 연상되는 의자다. 저 의자에 앉으면 저절로 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을 몇 번인가 해본 적이 있다. 000 옆에는 설 박사님이 앉았다.
‘뱀이 무서운가요?’
‘저는 지렁이나 뱀 같이 기다란 것들을 보면 겁이 나요. 똑바로 볼 수 가 없어요. 손에서는 땀이 나고 몸에는 소름이 돋아요. 이것 보세요. 손이 촉촉해요’
이미 뱀 두려움을 치료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000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설 박사님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로 평안한 친밀의 세계로 빠져 들고 있었다. 전문용어로 래포(rapport)라 불리는 소통의 통로를 만드는 과정이다. 서로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어 마음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마음의 길닦이를 rapport라 한다.
‘언제 부터 뱀을 두려워하게 되었죠?’
‘4살 때인가? 5살 때인가! 어릴 적 시골길을 걷고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발밑에서 휙~하고 지나가는 뱀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어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지요. 하도 놀라서 올렸던 발을 내리지도 못한 채 꼼짝을 할 수 없었어요’
‘그 때 뱀을 보았나요?’
‘네. 30년이 넘은 지금도 눈에 생생해요. 까맣고 하얀 색이 섞여 있는 뱀이었어요.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어요’
설 박사님은 000의 말을 듣더니 ‘최면을 걸 필요가 없네요. 이미 뱀을 두려워하는 원인을 알았으니. ‘자! 눈을 감으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눈을 감는 행위는 자신을 온전한 모습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방을 만들게 해준다. 돈도 들이지 않고 지을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방이다. 단지 눈 한 번 감는 것으로 방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눈꺼풀을 셔터 문처럼 내림으로써 우리는 눈으로 보는 세계보다 더 변화무쌍하고 무한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눈으로 닫혀 진 세계에서는 우리는 초능력자가 된다. 손오공의 근두운이 없더라도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할 수 있고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안 되는 것이 없는 것이다. 최면이나 NLP에 의한 치료는 이렇게 눈 감는 것으로 시작된다. 왜냐하면 눈을 뜨고 있으면 보고 느꼈던 현상의 세계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눈을 뜬 상태에서는 망막 속으로 잠시 스쳐 지나갔던 모습, 순간적으로 깊이 각인 되었다가 기억 너머로 사라진 것들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눈앞 현상의 세계가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헤드라이트 불빛 앞에 켜진 성냥불이 그 빛을 잃듯이 말이다.
‘결혼했나요?’
‘네’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나요?‘
‘이쁜 딸하고 키만 큰 못 생긴 남편이 있어요’
설 박사님이 빙그레 웃는다.
‘아니 못 생겼는데 왜 결혼 했어요. 싫지 않았어요?’
‘맨 처음에는 상대도 안했지요. 그런데 남편이 저에게 참 잘 해주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잘 생긴 남자를 찾고 있었는데 그것도 제 운명인 것 같아요’
‘그럼 지금 남편과 결혼한 것 후회하시나요?’
‘아니요. 남편은 지금도 저에게 참 잘 해주거든요. 결혼 하고 몇 년 지나니깐 얼굴 잘 생긴 것이 별 의미가 없더라고요. 중요한 것은 마음이죠. 남편은 배려심도 많고 이해심도 깊지요’
설 박사님이 이끌어 가는 대화의 꼭지는 특별하다. 그 만큼 순발력이 빠르고 임상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딸 이름이 뭐죠?'
‘예진이에요’
'나이는?'
'10살이에요’
'예진이가 이쁜가요?’
‘그럼요 얼마나 이쁜데요. 얼굴도 계란형이고’
‘그래요? 어디가 제일 이쁘죠?’
‘코요. 코가 아빠를 닮아서 이뻐요’
모두들 웃는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도 자신 의 어느 한 곳은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이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000은 한 군데만의 매력만 갖고 예진아빠를 선택하지는 않았으리라. 키도 크고 다정다감하다니 그 보다 더 큰 매력이 있을까. 키 작은 내 입장에서 보면 말이다.
‘예진이는 무엇을 좋아하죠?’
‘책을 좋아해요. 그리고 음! 아바타, 옷, 신발 특히 온라인 스케이트 타는 것을 좋아해요’
‘그렇군요. 또 다른 예쁜 곳은 없나요?’
‘예진이 손을 잡으면 참 행복해요. 야들야들한 게 꼭 깨물고 싶어요. 말은 또 얼마나 조잘조잘거리는데요 정말 귀여워요’
000은 양귀비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행복의 빛이 얼굴에 가득 찰 때일 것이다.
‘자! 이제 예진이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들어보세요, 들리나요?
‘네’
‘예진이가 이제 눈앞에 왔어요.
‘뽀뽀해 보세요. 그리고 예진이에 대한 모든 것을 느껴보세요, 손의 느낌, 목소리.. 자! 예진이 손을 꼭 잡으세요. 손이 작고 참 귀엽지요. 그것을 느껴보세요. 느껴지나요?’
‘네’
‘이제 예진이 손을 잡고 산길을 걸어갑니다. 000님이 어릴 때 뱀을 만났던 그 산길로 갑니다. 그 상태에서 공중으로 올라갑니다. 비행기를 타고 아주 높게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이제 뱀을 만났던 그 장면을 바라보세요. 어떻게 보이죠?
‘개미처럼 아주 작아서 보이지도 않아요’
‘그러면 그 높이의 반 높이로 내려오세요. 뱀이 보이나요’
‘뱀이 조금 커졌어요’
‘그럼 다시 그 높이의 절반의 높이로 내려와 보세요. 이제 어때요?’
‘뱀이 지렁이처럼 보여요’
‘그럼 다시 그 높이의 절반의 높이로 내려와 보세요. 좀 더 커졌나요?’
‘네’
‘예진이가 말합니다. “엄마 뱀이 막대기 같아” 정말 막대기 같습니다’
‘이제 산길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높이로 내려옵니다. 예진이 손을 꼭 잡고 걷는 000이 보이죠? 풀 바람소리를 잘 들어 보세요. 그 다음 막대기를 잡아보세요. 그것은 뱀이 아닙니다. 자! 예진이와 같이 막대기를 들어 뽀뽀를 해보세요. 어때요?’
‘막대기 같아요’
‘네. 비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합니다. 산길에는 거센 비바람으로 막대기들이 떨어집니다. 보이죠?’
‘네’
‘막대기를 전부 주워 모닥불에 던져 보세요. 모닥불은 던져진 막대기들이 소리를 내면서 타기 시작합니다. 다음에는 휙~ 하고 지나가는 뱀을 생각해보세요. 그것은 뱀이 아니고 막대기에요. 재미있나요?’
‘네. 재미 있어요’
설 박사님은 ‘모닥불’의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설 박사님이 부르는 노래에 맞추어 수강생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강의실은 어느 새 MT 갔을 때 모닥불을 피운 캠프파이어장을 변하고 있었다. 낭만과 따스한 기운이 모두의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눈을 뜨면 그 지나가던 뱀은 막대기로 보입니다. 자! 눈 뜨세요. 하나 둘 셋’
000은 눈을 떴다. 설 박사님은 000을 일으켜 세운다.
‘자! 뒤돌아보세요. 화면 속에 있는 뱀에 다가가서 만져보고 뽀뽀해 보세요’
아직도 스크린에는 여전히 기하학전인 무늬의 뱀이 있다. 000님은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가서 뱀에게 뽀뽀를 한다.
‘어때요? 전체 소감을 간단히 말씀해 보실래요?’
‘뱀이 꼭 막대기 같아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요. 참 신기해요. 맨 처음에는 이것이 될까?의심이 들었었는데 이왕 하기로 한 것 한 번 맡겨 보자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뱀을 만났던 산길을 갈 때 예진이 손을 꼭 잡는 것을 상상했더니 강한 힘이 생기더라고요’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름이 돋아 똑바로 보지도 못했던 뱀 사진에 다가가서 뽀뽀를 하는 것이다. 오래 동안 000을 괴롭히던 뱀에 대한 두려움은 이렇게 극복되었다. 기적은 이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마음이란 늘 이런 것 같다.
형체도 없고 경우에 따라 느낌도 없지만
우리들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 가라앉아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마음 바꾸기 하나가 모든 상황을 때로는 허무하게, 때로는 엄청나게 만들어가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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