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부족, 학습의욕부진,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을 위해 최면을 통한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는
부모님의 바램에 의해 이루어진 최면심리치료의 한 사례를 소개해 본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남학생의 예이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등교거부와 학습장애로 인한 청소년 상담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청소년 문제는 가족관계와 많이 관련되어 있다.
아래의 예 역시 부모님은 언제나 감시하고 감독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아들과
온갖 뒷바라지를 기꺼이 감당하면서 아들이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는 모범생으로 커 주기를 바라는
부모님과의 갈등에서 시작된 듯하다.
내담자인 그 학생은 늘 심각한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되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중에도 오전수업을
꿈속처럼 희미하게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함께 오신 부모님 역시 평범한 여느 가정의 부모님처럼 보였지만 아들인 내담자에게
부모님은 너무나 힘겹고 어려운 대상으로 느끼고 있음이 감지되었다.
자수성가 하신 아버님은 아들의 무기력해 보이는 태도가 몹시 못마땅하다고 말씀 하신다.
자신은 그 나이에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공부하여 오늘에 이르렀는데 모든 면에서 완벽한 환경을 제공받으면서
공부하는 그 아들은 너무나 안일해보이고 나태해 보인다는 것이다.
어머니 역시 최고의 과외 선생을 초빙하고 어릴 적부터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지만
아들은 무엇 하나 자신들의 바램에 잘 따라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침에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일어나는 그 사소한 일 하나까지 스스로 제대로 못해낸다는 것이
부모님이 보기엔 정말 너무나 어이가 없고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어린 동생은 스스로 알아서 잘 일어나고 공부도 알아서 열심히 잘 하는데
온갖 뒷바라지를 다해줘도 도무지 아들은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정신상태가 이해가 가지 않기에 심리검사나 심리상담이라도 받아보자고 결심하고 아이들 독려해서 데려 온 것이었다.
그렇게 만난 내담자는 생각보다 대단히 여린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는 이 상태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왠지 최면이라는 말 자체가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한참이나 최면상태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리고 내담자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함을 느끼도록 충분히 에너지치료 기법으로 유도했다.
다행히 그는 곧 편안한 상태로 돌아왔으며 눈을 감고 이완된 상태에서 최면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평소에 늘 느낀다는 불안감에 대한 최초의 경험을 찾아보았다.
그가 떠 올린 기억은 초등학교 2학년때의 과외수업 장면이었다.
동네친구 집에서 서너 명이 함께 모여 그룹 과외를 받았던 그 경험 속에서 그는 어쩌다 지각을 하게 된 기억을 떠 올렸다.
과외교사는 즉시 집으로 전화를 해서 그의 지각소식을 부모님께 알렸으며 그 시간 이후 그는 내내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혼날 것이 염려되어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행동이 그리 민첩한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늘 그는 좀 느린 사람이었다고 스스로를 인식했다.
과외를 다닐 적에도 늦지 않기 위해 너무너무 노력을 했지만 때로는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에
도리어 그 시간을 잊어버린 기억도 있다고 한다.
과외 그룹에서 다른 친구들보다 뛰어나지 못했던 그는 늘 부모님으로부터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노력하기 위해 책상 앞에만 앉으면 어쩐지 잠이 그렇게 쏟아진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아버지로부터 매를 맞았던 적도 많다고 한다.
학교 등교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가끔씩 지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로인해 벌청소를 하거나 부모님으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잠자리에 들어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집중하려고 해도 졸리는 듯,
잠이 오는 이상한 상태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잠을 자기도 무섭고 안 자려고 해도 오는 잠도 무섭고...
세상이 두렵고 공포스러워지고 날이 갈수록 살아갈 일이 아득하다는 것이다.
학교 성적은 조금씩 자꾸만 떨어지게 되고, 부모님은 그에 대해 너무나 노심초사 하시니
자신은 늘 불안하고 긴장되고 집과 학교가 무섭게 느껴진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공부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공부라는 말만 떠 올려도 그는 매를 맞던 기억과 엄마의 꾸중이 함께 떠 오른다는 것이다.
차라리 죽어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고 ....
죽는 것이 차라리 더 편안할 것 같은 생각, 외로운 생각이 자주 든다고...
중학교 진학 후에는 특별히 까다로운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혼이 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부터는 영어도 무섭고 어려운 아버지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고 울었다. 어린 내담자의 눈물은 상담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천성적으로 여린 사람이었다. 아버님의 강인한 기질을 크게 물려 받지 못하고
어머니의 계획적이고 치밀한 성품과도 거리가 멀었다. 어려서부터 온 몸으로 주변의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
그에겐 힘든 일이었다. 그는 그의 동생에 비해 심리적 면역력이 낮은 사람이었기에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격려,
조건없는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부모님은 그 부분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와 다른 부분을 가진 사람에 대해 깊이 이해하기가 어려울수도 있다.
그래서 나와 다른 부분을 다르다고 인식하기 보다는 틀렸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그 사이에서 힘이 약한 사람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엔 반드시 부모님과의 상담이 필요하다.
아들에 대해 못마땅함으로 펄펄 뛰던 아버지는 두어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모든 것이 자신이 무지한 탓이라고 울먹였다. 아이가 그런 사람인줄을 잘 몰랐다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아이가 받았을 상처에 대해 너무나 미안해했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로 너무 성적만 가지고 아이를 평가한 것 같다고....
부부는 그렇게 쉽게 자신들을 인정했다.
어린 내담자는 시간선치료기법과 NLP적 앵커링 기법, 그
리고 트랜스 행동치료등을 통한 상담결과 많은 부분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간의 화해가 이루어진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안고 울먹였다. 미안하다고...
갑작스런 상황에 내담자는 당황해 하면서도 안도하는 눈빛을 보였다.
결국 아들은 아버지 품안에서 울먹였고 아버지도 엄마도 함께 울었다.
상담이 끝난 후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자녀를 지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들을 알려드리고 상담을 종료했다.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서 살아야하는 아이들은 힘들다.
아이의 눈높이게 어른이 눈을 맞추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로가 성장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꺼이 부모나 낮은 자세로
몸과 마음을 낮추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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