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설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인도의 어떤 나라에서 하루는 임금님이 생각했다.
“노인들은 보기 싫다. 늘 잔소리만 늘어놓으면서 자기는 아무 일도 안한다. 그리고 얼굴은 주름투성이고 허리는 꾸부러졌으며 이가 없어 음식을 먹을 때는 오물거린다. 나라의 모든 노인들을 없애서 헛된 소리를 못하게 해야 하겠다. 나라를 깨끗하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을 없애야 한다.”
이에 임금은 신하들을 불러 노인들을 없애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놀란 신하들은 “폐하, 아이가 자라면 어른이 되고 어른은 또 노인이 됩니다. 나이 먹어 늙는 것도 서러운데 나를 낳아준 부모님을 어떻게 버립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임금의 뜻이 워낙 완강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한 신하는 집에 있는 늙은 아버지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몰래 땅굴을 파서 그 곳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모셨다.
며칠 뒤 임금의 꿈에 한 신인이 나타나서 “내가 너에게 세 가지 문제를 줄텐데, 만일 한 가지라도 대답을 못하면 나라를 없애버릴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여기 뱀 두 마리가 있는데 어느 것이 수놈이고 어느 것이 암놈인지 맞추어 보아라.”
임금은 꿈이 괴이하다고 생각하여 다음날 신하들을 불러서 꿈이야기를 하여 답을 찾아보도록 하였다. 하지만 아무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때 아버지를 숨긴 신하는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하였고 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두 마리 뱀을 따로 따로 부드러운 천 위에 놓고 살펴보아라. 기운이 펄펄 넘치는 놈은 수놈이고 조용한 것은 암놈이니라”.
신하는 임금님께 그 답을 말해주었고 다행히 다음날 꿈에서 임금은 그 다음 문제를 받을 수가 있었다. 이번의 문제는 이러했다.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있는데 너무 커서 무게를 달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번에도 노인은 아래와 같은 답을 주었다.
“커다란 배 위에 코끼리를 태우고 물에 띄워 배가 가라앉는 곳을 표시한 다음 돌을 실어 그 표시에 이르게 하라. 그리고 다시 돌을 꺼내 하나씩 달아보면 되지 않겠니?”
임금은 기뻐하였고 다음날 다시 새로운 꿈에서 다음과 같은 세 번째 문제를 받았다.
“여기 모습이 똑 같이 생긴 두 마리의 말이 있는데 한 마리는 어미고 한 마리는 자식이다. 어느 것이 어미며 어느 것이 자식인고?”
노인은 다음과 같은 해법을 내어 놓았다.
“말을 풀에 풀어놓아보아라. 먼저 먹는 놈이 새끼 말이다.”
임금은 한 신하 덕분에 신인의 시험에서 풀려났고 기뻐하였다. 그리고 신하를 불러서 어떻게 그렇게 문제를 잘 풀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신하는 머뭇거리다가 땅굴에 모신 늙은 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용서해달라고 하였다. 이에 임금은 크게 뉘우쳤고 신하와 그 부친에게 큰 상을 내렸다. 그리고 노인을 없애라고 했던 자신의 명령을 거둔 것은 물론이다.
이상은 인생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다. 특정 종교를 떠나서 우리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교훈이 될 수 있는 메타포다. 여기서 우리는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잘못된 편견이 안팍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훈을 얻게 된다. 아울러 세월과 경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즉 내리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뿐만 아니다. 부모를 생각할 줄 모르는 자식의 이기심에 대해서도 미안하지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맞는 이때에 자신과 마음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좀 더 겸허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는 마당에 우연히 읽은 하나의 글이 나에게 좋은 벗이 되어 주어 함께 나누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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