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문 칼럼

[스크랩] 3월 단상

설기문 2007. 9. 17. 11:13

3월은 봄이다. 하지만 완전한 봄이 아니기에 꽃샘추위라는 것이 있다. 한동안 꽃샘추위 때문에 지난 겨울보다 더 춥다고 느껴지던 시간들을 보냈다. 그래서 많이 떨었고 감기까지 걸리기도 하였다. 이때 추위가 원망스럽고 싫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유난히 추위에 민감한 나로서는 이런 추위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간사하여 같은 추위도 겨울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3월에는 싫게 느끼게 된다. 그것은 곧 주관적인 경험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배고플 때 먹으면 맛이 있지만 배부를 때 먹으면 맛이 없고 먹기 싫어지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그래서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였고 밥맛이 없을 때는 한 끼 정도 굶어보라고 하지 않던가? 결국은 모두가 마음에 달렸다는 이야기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최근 한 신문에 보도된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스님은 지난 주에 동안거(冬安居·음력 10월 보름부터 이듬해 정월 대보름까지 석 달간 참선하는 집중수행기간) 해제 법문에서 “흔히 기도가 잘 되는 곳은 따로 있다고 장소에 집착하고 착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0년 전쯤에 처음으로 인도를 성지순례하면서 밤기차에서 경험했던 일화를 소개하였다. 그 일화를 통하여 스님은 “냄새나던 변소 앞도 생각 바꾸니 도량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하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스님은 밤기차를 타게 됐는데 표는 샀지만 자리는 커녕 통로에까지 빈틈없이 사람들이 눕고, 앉아 있었다. 겨우 한 자리 발견한 곳이 바로 변소 앞이었다. 밤이 되니 사람들이 쉬지 않고 화장실을 다녔고, 그때마다 냄새와 용변 보는 소리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님은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회의가 들고, 화도 치밀었다. 그러나 자정 무렵 생각이 바뀌었다. 스님은 “내가 단순 관광객이 아니지 않나? 나는 순례자다. 그 옛날 구법자(求法者)들은 이런 기차도 없이 오로지 두 발로 험악한 열사(熱砂)를 건너오지 않았는가?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똑같은 인간이, 더구나 수행자가 저들과 같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스님은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노기와 불만이 사라졌고 여행 중 그날 밤 어느 성지(聖地)에서도 느낄 수 없는 선열(禪悅), 즉 선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며 “그때 그 변소 앞이 내 도량이었다”고 말했다.

 

문득 원효 스님의 해골물 사건이 생각난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할 수 있고 변덕스러울 수 있을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생각 하나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음을 또한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새 봄을 맞으며 설사 또 다시 더 한 꽃샘추위가 온다고 해도, “그래.. 지구 온난화가 심해져 가는 이 시대에 아직은 지구에 희망은 있구나…” 라는 마음으로 그 추위를 기쁘게 받아일 수 있는 마음이 된다면 이 봄이 더욱 귀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나 자신에게 해보는 말이다.

출처 : 설기문NLP트랜스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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