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가장이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부인과 함께 상담실을 찾았다.
병원에서 우울증 처방을 받고 약을 복용해 온 세월이 7년이라고 한다.
7년 동안 복용하는 약의 강도가 조금씩 점차 높아지고 남편은 우울증에서 강박증과
극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도 그분은 눈빛이 너무나 선량하고 웃는 얼굴도 참으로 선해 보였다.
오랜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날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좋은 직장에서 좋은 가장으로 살아가는 자신이 행복했었는데
우울증으로 인해 자꾸만 삶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니 자신도 어찌할바를 모르겠다고 한다.
부인은 종교법인에서 간부직을 맡고 있는 신심이 돈독한 분이었다.
가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전혀 없어보이는 그 환경에서 남편은 왜 그렇게 오랜 세월을
정신적으로 깊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고 상담은 시작되었다.
그는 8남매의 막내아들이었다.
위로 형이 한 분 있었는데 온 가족은 막내아들을 아끼고 이뻐했었다고 한다.
특히 아버님의 지극한 막내 사랑은 온동네 소문이 날 지경이었다고.....
그런 아버지께서 그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돌아가셨다.
위로 누나 셋은 이미 결혼을 했었고 형도 역시 갓 결혼한 상태였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자연스럽게 어머니와 남은 형제들은 형과 함께 살게 되었다.
아버지를 잃은 그의 상실감은 세상을 다 잃은것만 같았다.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열심히 공부하려고 노력했지만
머릿속엔 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만 가득했었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 형은 사업을 시작해서 큰 돈을 벌겠다며
유산을 조금씩 처분하기 시작했는데 하는 일마다 실패한 형은
성격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거칠어졌다.
고3이 되자 형은 어차피 공부성적도 별로 좋지 않으니 진학을 포기하고 취직하라고 권유했다.
경제적으로 아무런 힘이 없던 그는 순순히 진학을 포기하고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입사하여 평직원으로 이십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착하고 온순하며 신앙심이 깊은 그의 아내는 그에게 참 고마운 아내이며
아들 둘과 함께 오붓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아내는 현재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쓰고 있으며
그는 그런 아내가 대단히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는 이야기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상담자에게 들려주는 매순간 너무나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그는 그의 형에게 감사한 마음이며,
수많은 누나들 역시 자신에게는 부모님과 같은 사람이라며 고마워했다.
그런 그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는 심리적 손상의 가능성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모든 이야기를 한 켠으로 밀어두고 그와 밀착된 시간을 갖기 시작하자
그에게서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긴장, 그리고 슬픔과 분노가 잠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아버지가 떠나신 후부터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누릴 겨를이 없이 지나왔다고 했다.
늘 목소리가 크고 자신보다 덩치가 큰 형이 두려웠으며,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정말 자신이 없었는데 운 좋게 취직이 되고 직장생활을 했지만
늘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었으며 회사동기들이 승진을 할 때도
자신만은 늘 그자리에 맴돌 수 밖에 없음이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자신은 무소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욕심없는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한다.
이쁘고 착한 아내와의 결혼 생활 역시 끝없는 양보와 희생속에서 살아왔으며
아직도 아내와 한 번도 말다툼도 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내를 존중하고 자신이 양보해왔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아내가 자신을 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막연한 불안과,
직장에서의 승진 역시 고등학교 학력이 전부인 자신이 꿈 꿀 일이 아닌 것 같아
묵묵히 죽어라 일만 했다는 것이다.
주변의 사람들은 그를 보고 '법 없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자신은 착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왠지 이 세상으로부터 버려질 것 같은 불안과 초조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마음 속의 이야기를 노출시키는 일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야기 중간 중간 그는 말을 끊고 오래 울먹이기도 했다.
그에게 자존감은 거의 바닥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너무 없었다.
버려지지 않기 위해 살아 온 삶이었다.
아이들에게도 너무 착한 아버지로 인식되어 있지만 그는 그것 또한 내심 부끄럽고 무안하다고 한다.
공격성이 거의 없는 그 사람,
자신에 대한 신뢰나 자신감이 거의 없는 그 사람,
오래 오래 학습되어진 무려감이 그를 이젠 주저앉게 한 것이다.
그는 꿈 속에서도 불안하다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영적인 에너지의 개입이 있나 살펴 보았다.
그는 영적인 부분에서도 손상을 입고 있음이 감지 되었다.
그의 심리적 상태는 완전히 깨어지고 조각난 모습이었으며 깨어진 부분마다 삶에 대한 힘겨운 왜곡현상과
회피하고픈 열망이 담겨 있었다.
그의 내적 자원을 찾아 내고 보다 건강한 마음으로 돌이키는 일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의 상담이 4회기로 종료되는 것에 비해 그는 16회기를 통해 완전한 거듭남을 경험했다.
가족에게 한번도 싸우거나 큰 소리를 내 본 적이 없다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위한 격려와 자신감을 증폭시키기 위한 행동치료 전략이 적중했었다.
그는 트랜스 행동치료 과정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직장을 포기하기 직전의 상태에서 그는 새로운 비전을 떠 올리는 단계로 들어섰다.
그는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동안 자신감을 회복하고
역경치료 과정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스스로에 대한 인식의 한계를 바꿀 수 있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는 사이버 대학에 입학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면서
내년부터 시작할 공부를 위해 영어학원 수강부터 하리라 말한다.
천하를 두고 나보다 더 귀한 존재가 없음을 알게 된 그분이 고마웠다.
앞으로 그가 펼쳐 갈 새로운 삶에 대해 박수를 보내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심리치료와 심리상담이라는 영역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 기회였다.
우리는 모두 명품으로 태어난 존재들이기에
그들을 위한 최고의 명품 심리상담을 하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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