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례

두려움과 불안심리에 대한 이해(1)

설기문 2005. 8. 24. 16:36
두려움과 불안심리에 대한 이해(1)
2005.08.24

 

불안은 어쩌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정서요 감정일 것이다. 태초 또는 원시시대 때부터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투쟁을 해왔다. 먹을 것을 얻는 과정에서부터 잠자리를 마련하는 일, 가족을 지키고 대를 잇는 일, 부족이나 고을 그리고 크게는 나라를 지키는 일과 같은 모든 일에서 외부의 침입이나 위협은 늘 있어왔기에 그것을 이기고 자기와 가족, 그리고 집단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더 큰 힘을 가진 세력이나 대상 앞에서 불안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다. 불안과 두려움, 이것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경험하는 기본적인 심리적 경험이었다.


그것은 어린 아이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어린 아이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는 전적으로 부모나 다른 성인에게 의지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항상 불안과 두려움의 상태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존하고 생활한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은 엄마를 비롯한 부모의 완벽한 보호와 돌봄 속에서 성장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지만 엄마가 보이지 않거나 즉각적인 돌봄을 받지 못한다면 곧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원시인이나 어린 아이의 마음은 어쩌면 동일할지 모른다. 자신보다 힘이 센 대상물 앞에서, 때로는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겪는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인생의 비극일 것이다. 하지만 불안에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만약 불안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런 조심이나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시험불안이 없다면 시험공부에 소홀히 하지 않겠는가? 자동차 운전자가 사고에 대한 불안이 전혀 없다면 운전을 함부로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적절한 불안은 삶에서, 또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상담심리/심리치료학의 교류분석(Transactional Analysis)학파에서는 인간의 내부어린이 자아라는 개념을 통하여 모든 인간에게는 어린이적인 성격요소가 있음을 주장한다. 즉 어떤 성인이라 하더라도 어린이와 같은 천진난만 하고 순수한 면도 갖고 있지만 유약하고 의존적이며 심약하고 남을 크게 의식하며 자기를 불신하는 면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자기를 지킬 수 없거나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어떤 조건 앞에서는 어린이와 같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된다. 물론 그것은 원시인의 마음과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 모교를 방문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게 넓어 보이던 운동장이 왠지 작아 보이고 하늘 높이 커 보이던 나무가 오히려 초라해 보이며 혼자서는 잘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았던 놀이기구나 운동기구가 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던 경험을 해보았는가? 어린이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된 후에는 키도 자라고 경험의 폭도 넓어졌고 그리고 마음이 자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거의 것들이 작아져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란 성인의 눈으로 봤을 때는 아무 일도 아닌 일이 어린이의 눈으로 봤을 때는 아주 커 보이고 위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어린이는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서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겠지만 성인이 되면 웬만큼 높이 올라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어린이는 그 높이에서 스스로 아무런 대처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막연히 사고가 나거나 그래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게 되기에 정도 이상으로 불안을 경험한다. 하지만 성인은 객관적인 현실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현실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우리가 두려움이나 불안을 경험한다는 것은 외부의 어떤 대상이나 조건이 자기의 힘이나 능력보다는 강하고 그래서 스스로 그것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고 하겠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든 적당한 정도의 두려움이나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그럴만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도 이상으로 두려움이나 불안을 경험할 때는 문제가 된다. 그것이 일관된 증상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그것을 불안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반응하고 경험하는데 비해서 과도하게 불안해 하고 두려움 속에서 힘들어한다면 그것은 불안증의 문제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뒤에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