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의 기억이 만든 대인공포와 대인불안
실체가 없는 공포와 불안, 우리는 허상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몸을 맡기는 것은 아닌가?
내 마음 속에 이미 존재하는 평화를 찾아가는 길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빈의자에 오래 오래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으리라
나를 불안케 하고 공포스럽게 하는 것들과의 제대로 된 만남은 어쩌면 그것들을 사랑하게 할 지도 모른다.
내 마음속의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강하고 힘있는 나를 만나리라. 흔들리지 아니하는 내면의 소리를....
바삐 가는 마음을 때로는 멈추고 어디서가 한자락 바람을 맞으며 나의 걸음을 쉬어가야 하리라........
대인공포와 대인불안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으며 대인불안과 대인불안
문제의 극복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애쓰는 것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공포와 불안의 문제는 같은 맥락에서 보아도 좋은 것 같다.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는 그녀는 약간의 긴장되고 굳은 표정으로 상담실을 들어섰다.
상담을 위해 사전상담을 하는 중에도 그녀의 음성은 작은 떨림이 있었으며
긴장이 심해서 상담자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 했다.
어렵사리 말문을 연 그녀는 대인불안및 그 공포가 심해서
인간관계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녀의 가족은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작은 소도시에서 많은 친구들과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낸 그녀가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으며
이는 이를 극복해내기 이전에 주변 환경이 그녀를 대인불안이라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었다.
이사를 온 동네의 서울친구들은 사투리를 쓰는 그녀를 신기하게
생각했으며 소극적인 성격의 그녀는 그런 것에서부터 상처를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해야하는 상황이
여러번 발생했는데 그때마다 그녀는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는 것이다.
그녀가 무슨 말만 하면 반 친구들은 까르르 웃고 쉬는 시간이면
비웃듯이 그녀가 말한 사투리를 흉내내며 그녀를 놀렸다고 한다.
선생님도 때로는 그녀의 말투를 흉내내기도 했는데 그때 마다 그녀는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학교가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지만 공부는 그런대로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해 봤지만 왠지 서울아이들은
그녀를 피하거나 놀리기만 하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그녀는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노력하는 것마저
포기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기도 하고, 새롭게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새롭게 편성되어도 그녀는 늘 혼자가 편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행히 학업 성적은 좋은 편이라 상급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선생님들이 귀여워해 주긴 했지만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또 놀림거리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변에서는 별 의미없이 가볍게 던진 한 마디에도 그녀는 화들짝 놀라고
경계하는 마음이 되기에 사회생활에 큰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래 타고 난 성격이 소극적인 성향이었던 그녀는 부모님께도 그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으면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것이었다.
대학에 진학을 하면서부터는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노력을 하긴 했지만 특별히 윗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녀와의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처음 전학을 왔을 때 담임교사가
농담삼아 던진 말들과 그 말로 인해 반 아이들이 까르르 웃던 그 상황이
아직도 여전히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 남아 상처를 주고 긴장을 유발시키며
대인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며, 특히 윗사람에 대한 공포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릴 적 받은 상처, 특히 소화되지 못한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소화되지
않는 음식물처럼 무의식에 남아 고통을 주는 것이다.
사람이 무심코 던진, 혹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교사가 혹은
윗사람이, 혹은 친구가 무심코 던진 몇 마디 말에 의해서 어떤 사람은 평생 가슴에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말은 대단히 조심해서 해야 하며, 상대편을 헤아려서 해야 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기억들이 잠재의식에 많이 저장될수록 우리들은 우리들의 삶에서
걸림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긍정적이고 행복한 기억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디딤돌이 되어 우리 삶에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우리가 만든 과거의 기억에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들으면 별 문제가 아니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특정한 상황에서는
엄청난 상처로 돌아오고, 그것이 결코 지워지지 않은 아픔으로 무의식에 저장되는
경우도 너무나 자주 본다.
상담자는 그녀에게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 혹은 부정적 정서들과의 연합과 분리를
시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연합과 분리기법을 여러 차례 실시하면서 그녀의 감정적
긴장상태, 감정적 흥분상태를 가라앉혔다.
정서의 분리연습이 점점 더 횟수를 거듭해가자 그녀는 표정에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시간선치료기법을 활용하여 다시 한 번 그녀의 문제를 되짚어 문제의 본질을
직면하게 했다. 시간이라는 선을 바라보며 그 위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하고 그녀의 잘못된
시간선을 바로 잡아 줌으로써 그녀는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시간선치료기법을 통해 그녀의 정서적 문제를 정리한 후 건강한 미래보기를 시도했다.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을 객관화시키면서 자신이 문제시했던 부분들에 대해
자신의 감정적 개입이 지나치게 컸음을 스스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상담에 잘 응해 주었으며 상담자에 대한 완벽한 신뢰가 있었기에 상담은 심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녀는 상담을 마치면서 현재 전공하고 있는 석사과정이 끝이 나면 상담심리쪽으로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상담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며 소중한 일임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고마울 따름이다.